Q. 영화를 본 소감은.
▶이하늬: “열심히 찍었지만 시청률이나 관객반응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더라. 저는 재밌게 봤다. 제가 낳은 자식을 두고 예쁘지 않다고 할수는 없잖아요. 이 작품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이해영) 감독님이 자기만의 색깔을 견지하면서, 디테일 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챙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이하늬가 연기한 박차경이란 인물이 극을 이끌고 간다.
▶이하늬: “부담감이 많았다. 작품에서 바위와 같이 지탱해 주어야하는 몫이 있다. 내가 나오지 않는 신에서도 그 에너지를 단단하게 잡고 있어야할 것 같았다. 박차경 역을 맡고 너무 감사했다. 매력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다. 작품이 운명처럼 저에게 온 것 같다. 일을 할 수 있고, 액션을 할 수 있는 타이밍에 맞춰 내게 온 것이 너무 럭키하다.”
Q. 이해영 감독의 ‘유령’은 어떤 영화인가
▶이하늬: “이해영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다. 보통의 항일영화와는 다르다. 시대적 배경을 빼고 본다면 2023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스타일리시 하다. 차경이는 1차적으로 슬프면 통곡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 대신 굳은 정신으로 올곧게 서있는 인물이라고 보았다. 영화에서 무라야마 쥰지(설경구)의 어머니가 말하는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栢之不彫 계절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처럼, 그 당시 독립투사의 정신을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준다. 박차경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난영(이솜)이 그렇게 되고 나서도 주저앉아 울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잠깐 보는 장면이 있다. 일차적으로 슬픔을 내뱉는 단면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조금 더 깊이가 있는 인물이다. 차경은 어떻게 그런 큰 슬픔을 버텨낼 수 있을까. 차경의 헤아릴 수 없는 내면의 슬픔을 계속 생각했었다.“
Q. 그래서 자경을 어떻게 연기했는가.
▶이하늬: “연기하는 배우의 재미일 것이다. 배우는 보이는 것, 그 너머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런 캐릭터를 너무 연기하고 싶을 때, 차경이가 저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것이다. 큰 슬픔을 안고 사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이런 말을 두 번 한다 ‘ 살아! 죽는 건 죽어야할 때 그때 죽어.’라고. 그 말을 할 때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 저는 찬란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당시 차경은 죽음을 위해 사는 것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죽음을 위해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삶은 유리코(박소담)에게 잘 그려진 것 같다. 죽어야할 때 잘 죽으려고 지금을 살아가는 독립투사이다. 그런 삶을 제안에 가져오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차경은 많은 독립투사가 죽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총성과 함께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아픔을 차경은 어떻게 버텨냈을까.”
Q. 박소담 배우와의 연기 합에 대한 찬사가 많다.
▶이하늬: “소담이가 씩씩한 성격인데 당시에 굉장히 힘겨워했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수술을 했어야 했다. 그러고 딱 1년이 지나 ‘유령’을 공개하게 되었다. 촬영 당시에는 본인도 그렇게 아픈지를 몰랐다고 한다. 동료들도 아무도 몰랐었다. 그런 자책감도 있다. 언론시사회날 간담회 도중에 눈물을 보인 것은 그런 이유도 있다. 1년 만에 수술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와 준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다. 뭉클함이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Q. 영화에 짧게 등장하는 난영(이솜)과의 관계가 특별하게 보인다.
▶이하늬: “남과 여의 케미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의 사이를 사랑이라는 표현을 좀 확장시켜서 해석했다. 에로스, 자매애 등 여러 가지 해석을 해봐도 그들의 감정을 담기에 얄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동지애일 것이다. 레이어가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차원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Q. 폭발 장면, 총기 난사, 액션이 많다.
▶이하늬: “<외계+인>때도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선 총까지 들었다. 가볍게 만든 것이 4킬로 정도? 어떤 것은 7~8킬로 정고 한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소품 총을 들어보고는 놀랐었다. 제가 어디 가더라도 힘이 약하다는 소릴 듣는 사람이 아닌데 꽤 무겁게 느껴졌다. 그것도 한번 드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들어야한다. 영화 보면 저벅저벅 걸어가면서 총알 장전하고, 탕 쏜다. 감독님이 적어도 세 번은 쏴야한다고 했다. 자면서도 그 장면이 떠올랐다. ‘장전 탕, 장전 탕, 장전 탕’. 처음엔 한 번 하기도 어려웠는데 계속 연습했다. 악기 연주를 오래 하면서 손을 거칠게 쓰는 편은 아닌데, 이번 작품을 위해 악력부터 열심히 연습한 것 같다.”
Q. 설경구 선배와 하드한 액션을 펼쳤다.
▶이하늬: “액션장면을 찍을 때는 실험적인 샷을 시도한다는 생각이 들어다. 설경구 선배와 붙는 신이어서 무게감이 실렸고 잘 나온 것 같다. 달려가는 에너지를 담아 몇 번씩 다시 찍었다. 하루 종일 엎어치기를 계속하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체력을 충분히 갖춰야겠다고 초반부터 생각했었다. 근육훈련을 꾸준히 했다. 그 씬을 위해 ‘난 전사야!’라는 각오로 준비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체급을 뛰어넘는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으로 단련된 인물이다. 걸음걸이부터 항상 온몸에서 나오는 단단함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Q. 그래서인지 이해영 감독이 시사회 때 ‘이하늬 배우는 마동석’이라고 말한 것 같다.
▶이하늬: “그건 너무 하신 것 같다. 마동석 선배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촬영하면서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바득바득, 사생결단의 느낌이 들 정도로 차경은 계속 공격하고, 쥰지는 방어를 한다. 그때 호랑이 생각을 많이 했다. 눈썹도 그렇게 살리려고 했었다 강인하고 인상을 주고 싶어서. 신고 있는 신발도 강인함을 내보이는 군화 스타일이다.”
Q. 같이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 한 마디.
▶이하늬: “초반에 등장하는 난영은 웃을 땐 개구쟁이 같지만 아주 요염한 얼굴도 있다. 이솜 배우님은 그런 난영을 표현하기에 좋았다. 연기할 때 배려도 많았다. 박해수 배우는 넘사벽 배우이다. 이미 어떤 신의 경지를 넘어간 그런 배우다. 박소담은 문화재로 지정해서 특별보호 관리해야 한다. 본인도 건강해야겠지만 대한민국 영화를 위해서라 건강해야한다. 독보적이다. 저런 작은 체구에서 그런 에너지가 분출된다니. 더 경이로운 것은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재도전한다는 것이다. 멋있다.”
Q. 이 영화를 찍은 2021년에 이하늬 배우에겐 많은 일들이 벌어졌었다.
▶이하늬: “그래서인지 <유령>이 특별하고 소중하다. 돌풍과 같은 인생의 한복판에 이 작품이 있다. 내 인생에 모든 작품이 하나하나 소중하지만 <유령>은 분기점이 되는 작품일 것 같다. <유령>은 내가 시나리오 받고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배우로 성공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설경구 선배님을 처음 뵙고 같이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어 가문의 영광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Q. 아이를 낳은 것이 연기생활에 어떤 의미가 될 것 같은가.
▶이하늬: “출산은 많은 분들이 하는 것이다. 만만한 게 아니더라. 그래도 하길 잘한 것 같다. 엄청난 기쁨과 행복이다. 이제는 배우로서 어떤 결의를 다지고 정립해야하는 시기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삶을 작품에 녹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평소 몸 관리는.
▶이하늬: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멘탈, 영혼의 상태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일 아침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집을 나서기 전에 정신적 무장을 하면 안정감을 갖게 된다. 내가 필요한 긍정적인 감정을 얻게 된다. 정말이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함 정신이 깃든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시청률이나 관객 수 같은 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
Q. 앞으로의 이하늬는?
▶이하늬: “두려움 없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를 갖고 나니 시간이 열배는 귀해진 것 같다. 핏덩이를 집에 두고, 그 예쁜 시간을 놓치고 작품을 하는 것이니 뼈를 갈아서 하는 작품일 것이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해 지는 것 같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이 출연하는 이해영 감독의 항일첩보액션추리물 <유령>은 18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