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지난달부터 다시 한국의 뮤지컬 팬들을 만나고 있다. 세 번째 시즌에서는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복수의 화신 스위티 토드가 되어 날카로운 면도칼을 휘두른다. 무대는 잠실 샤롯데씨어터이다.
오랜 유배(감옥) 생활 끝에 런던으로 돌아온 남자는 플리트 스트리트의 허름한 파이가게 2층에 머문다. 원래 그는 이곳 이발소의 주인이었다. 음흉한 터핀 판사의 계략으로 아름다운 아내를 빼앗기고, 자신은 누명을 쓴 채 쫓겨난 것이었다. 15년 만에 돌아와서 듣게 된 사실은 아내 루시가 비소를 먹고 자살했다는 것, 그리고 어린 딸 조안나는 판사에게 잡혀있고 곧 그와 결혼할 것이라는 것이다.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그는 파이 가게의 러빗 부인과 함께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기 시작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발사에게는 용서가 없고, 복수에 사용되는 면도칼에는 눈이 없다. 이제 런던의 이발소는 비극의 도살장이 될 것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어두운 도시이야기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는 런던의 오래된 도시괴담에서 출발한다. 산업혁명이 폭발하면서 도시는 팽창한다. 사람들은 도시로 밀려오고, 거주환경은 극악으로 치닫는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함께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진다. 그런 암울한 시기의 모습은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소매치기나 매춘, 인신매매, 살인 등 각종 범죄가 횡행한다. 그 시절, 글을 깨우친 도시노동자의 읽을거리가 이른바 동전 한 닢(1페니)으로 사서 읽을 수 있는 저속소설이다. 이른바 ‘페니 드레드풀’(Penny dreadful)이다. 그 중 1846년에 나온 <스트링 오브 펄스>(String of pearls)에 면도칼을 휘두르는 살인 이발사가 등장한다. 자신의 가게에 온 귀족들을 면도칼로 죽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확장된다. 죽은 귀족의 살점으로 파이를 만드는 여자(러빗 부인)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화려하게 팽창할수록 그 이면의 비극적 사연을 전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발사의 복수극’은 이후 발레로,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연극’을 본 후 뮤지컬로 만들기로 작심한 것이다. 손드하임은 무대 위에 이발소와 파이가게를 세우고, 비극적 인물들을 소환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는 손드하임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다. 귀족이든 서민이든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똑같이 어두운 그림자에 드리워져 있다. 윤리적 도덕관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근대적 법(法)관념도 편향적이며, 사적 복수가 감성을 지배한다. 손드하임의 이야기는 풍성하고, 노래는 반복적이면서도 음률은 변주된다. 인물들의 이중창은 아름다운 화음을 창출하는가 하더니 어느새 날카로운 불협화음으로 귀청을 찢는다.
기본적으로 비극을 담고 있는 빅토리아풍 도시괴담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장인의 솜씨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웃음과 스릴, 극적 재미를 이어간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복수의 허망함에 관객들은 측은함과 동정의 눈물을 짓게 된다.
2016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무대를 갖는 [스위니토드]에는 강필석-신성록-이규형(스위니토드), 전미도-김지현-린아(러빗 부인), 김대종-박인배(터핀 판사), 진태화-노윤(안소니), 윤은오-윤석호(토비아스), 최서연-류인아(조안나) 등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12월 1일 시작한 이번 공연은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도 불쌍한 노파의 “제~발”이 한동안 귀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