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8일,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이프/덴>은 올해 39살인 엘리자베스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배경은 미국 뉴욕이다. 한 때는 열렬히 사랑했을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10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것이다. 메디슨 스퀘어파크에서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 그리고 공원을 지나가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대학에서 도시학을 전공한 그녀는 ‘도시재정비‘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바로 ’그날, 그 공원‘에서 부터 말이다. 이 남자와 함께 열정적 시민운동을 하든, 아니면 저 남자와 함께 로맨틱한 삶을 기대하든.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자신의 삶과 일을 열렬히 사랑할 것이다. 운명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뮤지컬 [이프덴]은 [넥스트 투 노멀]을 만든 브라이언 요키(극작/작사)와 톰 킷(작곡) 콤비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공연된 [넥스트 투 노멀]처럼 [이프/덴]도 짠한 구석이 있는 드라마이다. 그 정도 나이를 먹고, 그 정도 사람을 사귀어 봤으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사람 사이가 어떻게 소원해는지, 그러다가 결국 어떤 식으로 인연이 깨지는지를 알게 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는 그런 감정의 충돌과 관계의 중첩 말이다.
[이프/덴]에서 엘리자베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각기 ‘리즈’와 ‘베스’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는 배우는 무대 위에서 정신없이 리즈와 베스로 바뀌며 역할 놀이를 한다. 만약 ‘리즈’였다면 이 사람을 만나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것이고, ‘베스’였다면 저 사람을 만나 저런 식으로 인생이 바뀌었을 것이란 걸. 뉴욕시 도시개발국에서 도시재정비 프로젝트를 맡게 된 그녀의 삶은 열정적이다. 도시 전체를 바꾸고, 사람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열정이 있다.
[이프/덴]의 구조는 미드 ‘프렌즈’와 ‘섹스 인 더 시티’의 현실판(!)이다. 대학시절 만났던 친구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려는 야망과 에너지가 있었을 것이고, 이혼과 귀향은 현실의 벽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작품 속에는 사랑과 우정을 기본으로, 직장에서의 상하관계와 연애게임에서의 조언자 등 많은 ‘사람’과 ‘그 관계’가 나온다. 뉴욕드라마답게 게이, 레즈비언, 바이들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동참한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이프 댄]은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된다. 미국 초연 당시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이디아 멘젤이 맡았었다. [위키드]의 엘파바에 이어 [이프/댄]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변화무쌍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초연무대에서는 정선아-박혜나-유리아가 엘리자베스를 연기한다. 시작부터 뉴욕에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정신없이 리즈와 베스로 순간변신하며 두 인생을 연기한다. 오래전 우리 TV드라마에서 사용했던 얼굴의 점 하나가 아니라 안경 하나로. 출산과 함께 잠깐의 공백기를 거친 뒤 무대로 돌아온 정선아는 여전한 무대장악력과 한층 깊어진 감정선으로 이 어려운 곡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다시, 브라이언 요키와 톰 킷 이야기! 두 사람은 콜롬비아 대학(뉴욕에 있음!)에서 만난다. 드라마 연출/작가를 꿈꾸던 요키는 영어와 종교를 전공했고, 킷은 경제학을 전공했었다. 콜롬비아 대학에서는 바시티 쇼(Varsity Show)라는 전통적인 교내 공연예술제가 있었다. 요키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던 사람이 갑자기 영국유학을 떠나버리게 되었고 공연은 펑크가 나게 생겼단다. 뛰어난 작곡실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공연팀의 리타 피에트로핀토가 기숙사를 찾아간다. 그가 바로 톰 킷이었고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시켰단다.(그리고, 리타와 톰 킷은 부부가 된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있다. 만약 그날 리타가 기숙사로 킷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갔는데 그가 없었다면. [넥스트 투 노멀]과 [이프/덴]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프덴]은 다채로운 뉴요커의 이야기이다. 리즈와 베스가 있고, 사랑과 우정이 있으며, 이성애와 동성애, 결혼과 비혼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출산과 죽음이라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상과 현실, 공익과 사익, 개발과 공정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묵직하게 던진다.
뉴욕이 배경이니, 메디슨 스퀘어파크와 함께 양키즈/메츠의 홈구장과 지하철이 등장한다. 뉴욕의 그 곳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삶과 함께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프/덴 ▶출연: 정선아-박혜나-유리아(엘리자베스), 에녹-송원근(루카스), 조형균-신성민-윤소호(조쉬), 최현선-이아름솔(케이트), 조휘-임별(스티븐), 앤(정영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22.12.8. ~ 2023.2.26.
[사진=쇼노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