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 크리스티안(이완 맥그리거)과 파리 클럽 최고인기 무희 사틴(니콜 키드먼)이 노래하고, 사랑하고, 춤추던 영화 [물랑루즈]가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클럽 ‘물랑루즈’를 지키고, 돈 많은 호구 몬로스 공작을 유혹하는, 그러면서 사랑을 찾아나서는 사틴을 과연 누가 연기할까. 아이비와 김지우이다. 이달 20일부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정말’ 화려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새틴 역을 맡은 아이비와 김지우를 만나 공연 준비 상황을 들어보았다.
‘물랑루즈’ 출연 배우를 뽑는 오디션 공고는 작년 10월에 났었단다. 1년 가까이 오디션이 진행되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줌을 이용한 원격 화상 오디션을 거치며 아이비와 김지우는 ‘사틴’ 역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 달 말부터 일찌감치 실제 공연장에서 막바지 공연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단다. 잠시 짬을 내어 취재진을 만나 [물랑루즈] 이야기를 펼쳤다.
Q. 뮤지컬 [시카고](2018)에서 록시 하트 역에 이어 다시 같은 배역을 맡게 되었다. 분장 탓인지 두 사람이 닮은 것도 같다.
▶김지우: “많이 닮아 보이나요? [시카고] 프레스콜 때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닮은 것 같더라. 둘 다 이목구비가 서구적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번엔 가발을 쓰고, 의상도 똑같아서 스태프들도 헷갈려한다.”
Q. 오디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김지우: ”1차는 영상을 찍어 브로드웨이 팀에 보냈다. 그리고 2차 오디션이 줌으로 진행되었다. 오디션 볼 때 깜짝 놀랐었다. 커다란 모니터가 있고, 분할된 화면에는 세계 각국의 연출, 음악, 안무 파트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연기할 때는 연기 파트가 ‘여기 이렇게 바꿔서 해보세요’라고 하고, 노래 부를 때는 노래담당이 “거기 비브라토 빼고 해 보실래요‘ 식으로 주문을 했다. 마치 학교에서 오디션 받는 것 같았다.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것이 아니어서 실수도 했다. 춤을 추는 게 너무 힘들어 끝난 줄 알고 ’와, 이거 나 이러다가 죽을 거야‘ 소리 치고 그랬었다. 좀 창피했다. 새로운 오디션이었다.”
▶아이비: "정말 기억하기도 싫다. 이렇게까지 오디션을 봐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2차 콜을 받고는 떨어질 것 같아서 가지말까 그랬다. 무대공포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노래 외운 게 아까워서. 이쪽 업계엔 소문이란 게 있잖아요. 내정이 되었다고. 그래서 오디션 보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항상 자신감이 차 있었는데 말이다. 1차 오디션 때는 영어로 오디션을 봤었다. 팝송 느낌을 잘 내는 배우를 찾는다고 하더라. 너무 어려웠다. 어렵게 외운 것을 2차에서는 우리말로 하라는 것이었다. 오디션이 많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다음에 불러 갔을 때는 연기만 본다더라. 혼자서 최대한 섹시한 춤을 추었다.“
▶김지우: “정말 많은 배우가 오디션에 참여했다. (아이비)언니에게 전화해서 ‘이거 어떻게 해요? 뮤지컬 여배우들이 다 온 것 같아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카오스였다. 사틴이 크리스티안이 공작인 줄 알고 있다가, 바로 죽기 직전에 펼치는 연기가 있다. 역대 급으로 어려웠던 연기였다. 그런데 그 부분이 재밌었다. 바로 피드백을 주더라. 톤이 높으니 조금 낮춰서 여유 있게 해 보시라고. 그렇게 오디션 봤었다.”
Q. 최종적으로 캐스팅되고 나서는 어땠나.
▶김지우: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 남편이 뛰어오고, 아기가 엄마 왜 그래하고 쳐다봤다. 기도를 많이 해주셔서 합격한 것 같다. 엉엉 울었다.”
▶아이비: “저는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실감이 안 났다. 밑바닥까지 내려놓고 오래 기다렸다. 됐다고 하니 내 마음이 ‘아, 그래?’ 이런 식이 되는 것 같다.”
Q. ‘물랑루즈’의 매력이 있다면.
▶김지우: “영화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보고 싶었다. 2019년에 가서 봤는데 극장 로비부터 대단했었다. 돈을 엄청나게 쓴 것이 느껴졌다. 티켓 들고 들어가면서 자리를 못 찾을 정도로 극장이 화려했다. 그때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가 최고치로 치솟았다. 혼을 다 빼놓고 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오디션에 무조건 지원서를 낸 것이다. 무대 뒤에서 빗자루를 들더라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정말 눈이 두 개뿐인 것이 아까울 정도의 공연이다. 볼거리가 너무 많고, 수준이 굉장히 높다. 절대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아이비: “영화 ‘물랑루즈’에서 느꼈듯이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다. 수록곡이 너무 아름답다. 영화에 등장하는 곡, 플러스 유명한 팝송들이 매쉬업 되어 스펙터클하게 느껴진다. 원래 아름답던 스토리를 더 끌어올려준다. 아마도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이보다 더 장엄한 느낌을 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관객으로 계속 더 보고 싶었다.”
Q. 영화와 뮤지컬의 사틴을 비교한다면.
▶아이비: “뮤지컬 속 사틴은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뮤지컬 사틴은 좀 더 강인하고 디바의 느낌이 강하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이고, 공작과 크리스티안 사이의 삼각관계도 더 드라마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에서는 사틴이 크리스티안만 사랑한다. 몬로스가 별로 매력이 없었는데 뮤지컬에서는 공작이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사틴의 카리스마가 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저도 그런 면을 더 보여주고 싶다.”
▶김지우: “사틴이 강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공연에서 보여주는 갈등은 두 남자 사이에서의 갈등만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의 갈등,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갈등이 있다. 사랑을 따라야 하는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결정해야하는지 갈등한다. 커다란 의미의 사랑이 그 안에서 보인다. 남녀의 사랑만이 아닌 것이 있기에 새롭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지글러와 굉장히 친한 사이이니까. 영화에도 나오는데 로트랙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게 느껴진다. 대사에서 남녀와의 사랑, 친구, 가족, 인간의 사랑이 많이 표현된다. 공연에서 크게 와 닿은 부분이었다. 화려한 쇼 뮤지컬이지만 메시지가 있기에 작품이 큰 사랑을 받는 모양이다.”
Q. 준비과정에서부터 해외 창작진의 칭찬이 대단하다.
▶김지우: “협력연출자인 맷 디카를로는 이번이 한국배우들과는 두 번째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한국배우들이 공연을 하면서 찾아가는 과정을 높이 평가해주더라. 대본에 나온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이 대사를 왜 하는지’, ‘이 관계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식으로 항상 질문을 하니까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고, 동선을 살짝 바꿔가면서 유연하게 찾아갔다. 그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 우리와 미국 정서의 차이를 생각해보고 말이다.”
Q. 해외 크리에이터와의 소통은 어떤 식인가.
▶아이비: “음악수퍼바이저인 저스틴 르빈이 오기 전까지는 호주에서 온 음악감독이 악보 그대로 노래 부르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권한이 거기까지니까. 그런데 저스틴 르빈이 와서는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더라. ‘크리에이터브 하게, 부르고 싶은 대로 해봐라’ 이렇게 공간을 열어주시더라. 제 입장에서 고마웠다. 자기 것을 고집하는 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김지우: “저는 악보 그대로 하고 있다. 무서워서. (아이비)언니는 뮤지컬 노래도 잘 부르지만 가요나 팝송에 특화되어 있잖아요. 그렇게 여지를 열어주니까 정말로 날아다니더라. 언니가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멋있게 보였다. 저는 (그렇게) 잘 안 된다. 어제 연습할 때 봤는데 언니가 등장할 때, 무대엔 아무것도 없고 단지 커튼만 올라가는데 탄성이 나왔다. ‘정말 디바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비: “그 장면은 지우도 그랬다. 꼴 보기 싫다. 서로 칭찬 그만하자.” (하하하)
Q. 이제 곧 관객을 만나게 된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아이비: “심장이 두근거린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공연이다. 앙상블과 합을 맞춰야하고 리프트 하는 장면이 많다. 그네도 타야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특히 기술적인 합이 많이 필요하다.”
▶김지우: “기대감 반, 불안감이 반이다. 그래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도망갈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눈을 감아도 동선들이 생각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니.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곡이어서 부담이 더 되는 것 같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
Q. 춤 장면은 어떤가.
▶아이비: “사틴에게는 춤이 별로 없다. 연극 같은 공연이다. 앙상블이 춤을 많이 춘다. 첫 등장에서 다 보여드리고 시작한다.”
▶김지우: "그렇다. 첫 넘버에서 춤을 추다가 산소가 딸릴 정도이다. 계속 노래를 한다. 앙상블과 함께. 연기와 노래, 춤, 연기, 노래, 춤. 이런 식으로 계속 한다. 13분 동안. 화려하고 볼 게 너무 많다.“
● 접신의 순간
Q. 뮤지컬배우로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김지우: “‘프랑켄슈타인’ 공연할 때 처음 느꼈다. 연기할 때 관객들을 보는데 객석에 있는 관객들과 저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더라. 거울처럼 제가 지은 표정처럼. 마스크를 다들 썼지만 관객들도 같은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그런 순간을 느끼게 된다. 박수도 그렇지만 그렇게 관객들과 어느 수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정말 짜릿하다.”
▶아이비: “저는 크리스천이지만 접신이 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대에서 갑자기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집중이 잘되는 순간이다. 정말 그런 짜릿한 간은 박수 받을 때가 아니다. 그런 희열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게 되는 모양이다.”
Q. 의상이 화려하다.
▶김지우: “리허설을 할 때 외국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매일 ‘Nice to meet you.’하며 새로운 사람을 본다.(의상) 피팅을 계속한다. 정말 대단한 작업공정을 거친다. 신기한 건 코르셋이었다. 사틴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춤을 격하게 추는데도 속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관객에게 민망스러울 수도 있으니. 기분 좋게 공연을 보게 돕는다. 이 정도의 디테일은 저도 처음 본다.”
▶아이비: “장인들이 와서 의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틴의 의상은 16벌이다. 스와로브스키가 촘촘히 박힌 드레스는 한 벌에 5천만 원이란다. 9월에 호주에 피팅한 것이다.”
Q. 어떤 작품이 될 것 같은가.
▶아이비: “제게는 재밌는 경험이다. 관객들에게도 행복한 경험이 되도록 최대한 재밌게 하고 싶다.”
▶김지우: “공연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배우들은 어떤 작품을 만나, 열심히 공연하고, 마지막 공연 하게 되면 다음 작품 오디션보고 그런다. 저도 마찬가지이다. 공연을 하면서 즐기지 못한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 물랑루즈 사틴을 즐기고, 잘 하고 싶다.”
Q. ‘매쉬업(두개 이상의 노래를 섞어 만든 노래) 뮤지컬’로 홍보하고 있다.
▶아이비: “노래방 가면 신나게 부르던 비욘세, 아델 노래를 무대에서 부른다는 게 신기하고 너무 재밌다. ‘내가 이 노래를?’ 행운인 것 같다. 리허설하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빨리 관객분과 나누고 싶다.”
▶김지우: “어렸을 때 시디플레이어로 듣던 노래를 내가 무대에서 부른다는 것이 사실 현실감이 없었다. 1막 마지막 곡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21곡이 담겼다. ‘어떻게 발췌했지?’, ‘이게 왜 안 어색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요로 치자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 부르다가 빅뱅의 ‘거짓말’ 부르는 식이다. 어색할 수도 있을 텐데 기막히게 편곡했다. 상황에 맞는 가사를 잘 찾아낸 것 같다. 극에 방해가 안 되고 도움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1890년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매시업(mash-up)’ 뮤지컬이다.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 공연으로 오리지널 창작진 및 제작진과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클럽 ‘물랑루즈’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사틴 역의 아이비, 김지우를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물랑루즈!>는 지난 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 20일(화)부터 2023년 3월 5일(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 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