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라展:부활을 위한 여정
“투탕카멘, 피라미드,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미이라"
고대 이집트 컬렉션은 관람/전시계의 스테디 인기 상품이다. 커다란 돌들로 쌓아올린 피라미드나 반만년의 풍상을 버티고 서있는 스핑크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역사유물을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가벼운 전시회 나들이만으로도 붕대를 칭칭 감은 미이라, 금빛 찬란한 파라오, 그리고 수많은 ‘이집트의 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미라展:부활을 위한 여정’은 그런 이집트 컬렉션 매니아를 위한 황금 같은 고대역사탐방 전시회이다. 이미 몇 차례 한국에서는 이집트 컬렉션 전시회가 열렸는데 이번 전시회는 조금 특별하다.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이 소장한 고대이집트 컬렉션에서 고르고 고른 유물들이 서울로 공수되어 공개되는 것이다.
이집트 미라展:부활을 위한 여정
이번 전시회를 통해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이 지난 200년 동안 수집한 2만 5천여 점에 이르는 고대 이집트 컬렉션에서 15개의 관, 5구의 사람 미라, 8구의 동물 미라가 대한민국을 찾았다. 18세기 이집트 탐험가들의 최초 발견에서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연구물을 포함한 장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유물을 비롯해 최신 과학기술로 풀어낸 미라의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까지, 무려 250여점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유물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최신 CT 스캔 기술로 만나는 사람 미라 3구와 동물 미라 1구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은 디지털 기술로 미라를 벗겨내고 인체의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놀라운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는 세계 문명의 발상지답게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원시성, 그리고 그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며, 영원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현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죽어서 가게 될 지하세계에 대한 준비였다. 그것이 바로 미라와 피라미드를 비롯한 유물들로, 수천 년이 흘러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해 “유한한 인간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투탕카멘 왕의 좌상 © Rijksmuseum van Oudheden (Leiden, the Netherlands)
● 영원한 삶을 꿈꾸던 고대 이집트인들과의 조우
고대 이집트 문명의 유적과 유물이 유럽 세계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8세기 말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에서 비롯된다. 나폴레옹은 원정길에 병사들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을 데려갔는데, 이때 발견된 ‘로제타스톤’을 실마리 삼아 드디어 프랑스의 언어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에 의해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hieroglyph)를 해독할 수 있었다. 거의 1400년간 단절됐던 고대 이집트의 다양한 면모를 밝혀낼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이집트에 대한 관심의 꺼지지 않았고, 수많은 발굴과 탐험이 현재까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이집트, 미라전’은 단순히 이집트 유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대 이집트 탐험의 시동부터 정리한 문헌자료와 영상들을 통해 학문적인 성과와 옛 것에 새 것을 더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집트 미라展:부활을 위한 여정
● 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
이번 전시는 총4부로 구성된다. 1부 “탐험, 고대 이집트를 향한 열정”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서 촉발된 유럽인들의 이집트 문명에 대한 탐험을 다룬다. 문자를 해독해 문자 해독의 아이콘이자 이집트 탐험의 새 장을 연 상폴리옹과 그 친구였던 로셀리니, 그리고 칼 리하르트 렙시우스의 업적 등을 유럽 여행자나 조사단에 의한 유적 스케치 등을 통해 전시한다. 고대 이집트를 향한 탐험가들의 열정을 다양한 석비, 피라미드 모형, 조각상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2부 “만남, 고대 이집트의 운명적 발견”에서는 통일 왕조 출현 전의 선왕조 시대를 포함한 전체 10개의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의 비석과 유물을 통해 당시의 세계관과 기술의 발전 등을 두루 살피면서 이집트 문명의 다양한 시대가 어떻게 발견하고 인식되어 왔는지 소개한다. 또한 다신교였던 이집트인들의 신앙과 관련된 이집트의 창조 신화와 신들의 계보, 동물 숭배 사상을 담은 바스테트 여신상 등의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파디콘수의 '사자의 서' © Rijksmuseum van Oudheden (Leiden, the Netherlands)
3부 “이해, 고대 이집트들의 삶과 사유”는 그들이 “내세의 집”이라고 생각한 많은 무덤에서 나오는 많은 부장품들을 보여준다. 화려한 미라관, 내세의 안녕을 위한 「사자(死者)의 서」라고 불리는 장제 문서에 적힌 상형 문자,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만든 보석과 죽은 자를 대신해 노동을 해 줄 ‘샤브티’ 등을 통해 이집트의 고대 문명을 읽어 낸다.
타디스 혹은 타(네트)카루의 미라 © Rijksmuseum van Oudheden (Leiden, the Netherlands)
4부 “스캔, 고대 이집트의 맨얼굴”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밝혀내고 있는 연구의 최전선을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한 조사와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 장치를 이용해 CT 스캔을 실시한 사람 미라 3구와 동물의 미라 1구의 연구 성과를 공개함으로써, 붕대를 풀지 않고도 미라에 대해 세밀한 내용까지 검증할 수 있다. 또, 목관의 제작 기술이나 채색기법, 거기에 기록된 서체를 분석해 제작에 종사한 공방이나 개인을 특정하려는 시도, 미라를 제작할 때 꺼낸 내장을 담은 카노포스 항아리를 분석 등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이 진행하는 각종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실제의 유물과 영상, 터치스크린과 애니메이션 등 풍부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대 이집트 문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존중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배경, 당시의 세계관, 나아가서는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까지 아우른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과 사회상, 그리고 죽음을 초월해 영원히 삶을 꿈꾸는 인간의 절실한 소망을 드러낸 사생관(死生観) 등 다양한 시대, 다양한 계층이 향유한 문명과 조우한다. 또한 최신 과학기술을 통해 당시의 의학적 지식과 미라 만들기 과정, 색이나 형태에 대한 고대인들의 미의식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집트 미라展:부활을 위한 여정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 소장 <이집트 미라展 : 부활을 위한 여정>은 내년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사진 =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 © Rijksmuseum van Oudheden (Leiden, the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