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킹덤]에서 야심만만한 계비 조씨를 연기했던 김혜준이 [구경이]의 연쇄살인마 케이를 거쳐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커넥트]에서 사람 아닌 사람, 이랑을 연기한다. 정해인과 함께, 미이케 다카시 월드로 입성한 김혜준을 만나 ‘죽지 않는 존재’를 연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수수한, 캐주얼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참석한 김혜준은 자유롭게, 솔직하게, 수수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Q.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3부까지 공개되었고, 마침내 지난 7일, 전체 6부가 공개되었다. 전체 작품을 언제 다 보았는지?
▶김혜준: “저도 전체공개 이후에 정주행 했다. 3부 이후는 처음 보았다. 제가 나오는 작품이라 재밌게 봤다. 제가 나오는 것은 다 재밌었다. 솔직히 객관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Q. 이 작품을 하기 전에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을 본 게 있는지. 이쪽 장르에서는 꽤나 유명한 감독인데.
▶김혜준: “고어물이나 무서운 것은 안 보는 편이다. 예전에 [크로우즈 제로]를 봤더라. 그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그런 장르물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삶에 감독님이 있었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경표 오빠만큼 그 감독에 대해 몰랐던 것이 죄송하다.”
Q. 미이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김혜준: “저는 ‘커넥트’에 뒤늦게 합류했다. [구경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출연이 결정되고, 감독님 미팅 잡고 만나자마자 본론부터 들어간 것 같다. 이랑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랑이에 대해 이야기 듣고, 제가 생각한 것 말씀드렸다. 의견이 일치해서 빨리 들어갈 수 있었다.”
Q.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김혜준 배우가 순수하다며, 귀여움에 끌렸다고 말했다.
▶김혜준: “지금처럼, 그냥 이렇게 수수하게 미팅 자리에 나갔었다. 저의 해맑은 웃음을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그리고, 감독님이 저뿐만 아니라 우리 배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지를 못했다. 물어볼 수도 없었고. 이번에 홍보 펼치면서 기자들이 감독님께 그런 질문을 많이 하더라. 그때 감독님 답변 들으면서 재밌었다.”
Q. 드라마 [구경이]에서는 연쇄살인마를 연기했다. 분위기가 비슷한 것도 같다.
▶김혜준: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끌렸다. 평소 할 수 없는 과감함이 끌렸다. 제 삶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으니.”
Q. 넷플릭스의 [킹덤]과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조금 불친절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전사나 행동의 이유 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다.
▶김혜준: “아마 장르의 차이인 것 같고, 감독님은 그런 장르에 맞춰 특징을 극대화한다. 정밀한 서사를 떠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작품에서는 예민하게 맞추는데 감독님은 그렇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이 사라지면 ‘그런 것 신경 쓸 필요 없어. 주머니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연결에 신경 쓰지 않더라. 감독님은 지금 딱, 이 순간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에피소드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Q.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사지절단 같은 고어한 장면 연출에는 능하지만, 멜로에는 약한 모양이다. 정해인과의 베드신의 경우, 그게 전부인지 아니면 촬영하고 편집에서 잘린 게 있는지?
▶김혜준: “찍은 그대로 다 나온 것이다. 대본을 볼 때는 그 장면이 ‘감정적이다’, ‘뭔가 아름답고 격정적으로 그려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촬영 들어가니 어색하고, 어설픈 느낌을 원하시더라. 두 사람의 캐릭터를 보면 그런 행동이 맞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접점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다. 어떻게 사랑을 나눠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 어설픈 모습이 비쳐진 것 같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Q. 피부가 찢어지고 핏줄이 꿈틀거리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CG로 구현되는 장면을 찍을 때 어땠는지.
▶김혜준: “저 자신을 잊는 것이 어려웠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고통스러운 표정 연기를 해야 했다.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상력 하나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 부끄럽지만 다들 고생하니. 그 부끄러움을 잠깐 견디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그리고 (정)해인 오빠가 하는 걸 옆에서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Q. 감독님이 연기를 보여주었다던데.
▶김혜준: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직접 연기 시연을 많이 하셨다. 감독님 연기를 잘하신다. 저보다 오랜 기간 현장에 있었고, 연기를 오래 한 게 보일 정도였다. 민첩하고, 날렵하게 연기를 잘 하셨다.”
Q. 감독님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일본어인데.
▶김혜준: “다행히 통역이 항상 있었다. 스태프 중에도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서 현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다. 나중에는 서로를 잘 이해하면서 통역 없이도 할 때도 있었다. 감독님의 유머코드가 재밌다. 감독님이 농담하시고, 통역할 동안 지켜본다. 반응이 어떤지를 관찰하는데 아이 같기도 하다.”
Q. 대본을 볼 때 웹툰 같았다고 했는데.
▶김혜준: “처음 읽었을 때 든 생각이다. 평소에 사용하는 자연스런 대사는 아니잖아요. 캐릭터가 뜬금이 없다. 갑자기 등장하고, 과한 행동을 하며, 옷차림도 과하다. 그런데 이게 너무 만화같이 연기하면 너무 붕~ 뜰 것 같았다. 설정과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맛을 살려 주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조절하면서 연기를 했다.”
Q. 정해인과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김혜준: “이번에 처음 만났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D.P'를 보면 완전 팬이 되었다. 내겐 연하도 아닌데 연하남 같더라. 작품을 같이 하며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다. 순딩순딩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데 연기에 대해서는 무척 적극적이다. ‘나의 연예인’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잘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Q. 고경표 배우와는 실제 부딪치는 장면이 별로 없다.
▶김혜준: “1회차 정도만 촬영을 함께 했었다.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도 하루 만에 친해졌다.”
Q. 넷플릭스 [킹덤] 할 때와 디즈니플러스 [커넥트] 할 때의 차이점이 있었는지.
▶김혜준: “굳이 찾자면 홍보할 때 색깔의 차이. 넷플릭스는 까만색이 메인이고, 디즈니는 푸른색이 많은 것 같다. 홍보할 때 말고는 차이점을 못 느꼈다. 현장은 똑 같다.”
Q. 김혜준 배우는 다채로운 역할을 해낸다.
▶김혜준: “그게 저의 강점 같다. 어디 붙여놔도 어울릴 것 같은 평범함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이제 나이가 신경이 쓰일 때인 것 같다.
▶김혜준: “데뷔하고는 한 살 한 살 먹는 게 너무 싫었다. 그때는 나이가 무기인 것 같았는데.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소녀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잃으면 어쩌지 싶은 생각이었다. 중반 넘어가고, 또래보다 선배랑 연기할 기회가 많았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는 게 멋있고 기대되더라. 서른 살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 스스로 기대가 된다.”
Q.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커넥트]는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다. 나름 홍보를 한다면.
▶김혜준: “장르물이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외로움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캐릭터의 외로움을 위로하시고, 그 고독감을 느끼시고, 어떤 위로를 받으시길.”
Q. 주위 아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있는지.
▶김혜준: “아는 사람들의 피드백은 긍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물어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굳이 물어보지는 않는다. 냉정한 반응을 보고 싶을 때는 인터넷을 찾아본다. 대충 알 수 있다. 장르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밌게 보시는 것 같고, 개연성이나 자연스러운 서사를 중시하는 분은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커넥트를 올해 초 촬영하고 지금까지 쉬었다. 재정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오래 쉬면서 다시 열정이 생겼다. 연말에 [커넥트] 공개되면서 인터뷰도 하고 재밌는 일이 많았다. 내년이 기대된다.”
혹시 <킹덤> 3편 소식은 있는지 물어보았다. “없다. 찍는다면 빨리 찍어야할 것인데. 중전이 나이가 너무 들었다. 저도 양심이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참, 김혜준은 인터뷰 때마다 가장 하고 싶은 작품으로 멜로/로코/힐링 코미디라고 대답한다. ‘좀비가 된 중전’(킹덤), ‘싱크홀에 빠진 인턴사원’(싱크홀), ‘특별한 성분이 가미된 우유를 마신 주리’(미성년), 그리고 ‘커넥트’의 이랑을 연기한 김혜준의 최종 미션인 것 같다.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이 출연하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커넥트]는 지난 7일 디즈니+를 통해 전체 6부가 공개되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