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13년 전, 1909년 10월 26일. 일본 제국의 내각 총리대신을 네 차례 역임하고 조선(대한제국)통감부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상 블라디미르 코콥초프와 회담하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한다. 조선(대한제국)은 을사늑약으로 이미 일본의 피보호국이 된 상태였다.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의 운명을 논의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가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으로 들어설 때 안중근은 존 브라우닝의 M1900 권총을 꺼내 7미터 앞에서 7발을 쏜다. 재판 과정에서 안중근은 자신은 ‘대한의군 참모 중장’(大韓義軍 參謨 中將)이며,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쏜 이유에 대해 제국주의 일본의 잘못을 통렬히 비판한다. 그리고, 1910년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진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에이콤에서 뮤지컬 [영웅]으로 만들어져 지난 2009년 처음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꾸준히 시즌을 거듭하며 국민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그 뮤지컬을 본 사람 중에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있다. 격동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윤제균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초연무대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와 함께 말이다.
8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영웅>의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뮤지컬을 기본으로 하여 동토의 땅과, 하얼빈의 플랫폼, 뤼순 형무소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성화, 김고은,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그리고 나문희 배우의 가슴을 울리는 열창을 보여준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작품과 비교할 때 영화 '영웅'은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이 있다. 뮤지컬에 쓰였던 넘버를 차용했다. 공연에서 보이지 않았던 넘버와 공연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안중근의 과거 장면을 넣고, 설희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입혀 새로움을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영웅’에 이어 영화 ‘영웅’에서도 민족영웅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는 "촬영하는 순간마다 영혼을 갈아 넣었다.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달되길 바란다"며 벅찬 소감을 밝히며 "공연에서는 퍼포먼스를 크게 하고, 모든 음향이 밸런스가 맞춰야 한다. 그에 반해 영화에서는 상당히 디테일하게 연기를 해야 했다. 제겐 도전이었지만 영화를 보니 어느 정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연기한 나문희는 "후배들이 너무 잘해줬다. 감동을 주면서도 처지지 않게 잘 표현해 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고 웃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명성황후 시해 현장에서 역사적 비극을 목도한 후 오직 복수를 위해 제국주의 일본의 심장부에 정보원으로 잠입한 설희를 연기한다. "설희는 감정을 극도로 드러내는 장면에서 노래를 한다. 그러면서도 일본군들 앞에서는 최대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 연기와 노래 둘 다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3년 전 일찌감치 촬영을 끝내고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봉이 거듭 연기되었던 [영웅]은 마침내 연말 개봉된다. 윤 감독은 "단순히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삼았다면 드라마 장르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정성화의 공연을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 그 공연을 보면서 언젠가 뮤지컬 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뮤지컬 영화가 됐다. 또 대중이 잘 몰랐던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에 대해 알길 바랐다"면서 "영화를 20년간 했지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가 없다. 부디 '영웅'이 한국 영화계의 조그마한 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에는 1910년 3월 26일, 교수형이 집행된 뒤 어딘가에 파묻히고,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2022년 극장가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물의 길]과 함께 민족영웅 안중근의 가슴 먹먹한 [영웅]이 오랜만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