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서커스를 일컫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100여 년 전 오페라나 연극 같은 무대공연에서 가지를 치고 나온 공연 형태가 바로 서커스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기이하거나 특이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형식이었을 것이다. 한 두 사람이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동작’을 선보이고 덤으로 약을 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유랑공연이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며 종합선물같은 공연형태가 갖춘다. 휴 잭맨이 주인공을 맡았던 할리우드 영화 ‘위대한 쇼맨’은 19세기 근대적 서커스의 창시자 P.T. 바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쇼들은 신기한 볼거리의 집합체였다. 기이한 모습의 사람, 괴이한 전설의 인물이 등장한다. 토드 브라우닝의 1932년 영화 <프릭스>(Freaks)에서는 그런 기형의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던 시대를 담고 있다. 그때는 ‘인어’랍시고, ‘밥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이랍시고 사기를 치던 시절이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고 인권이 성장하면서 기형과 기인의 행각은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동물권의 확대로 서커스의 친숙한 벗이었던 원숭이와 코끼리, 사자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 서커스는 시대의 변화, 콘텐츠의 진화 속에 그 모습을 바꾸어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땀과 눈물’로 완성된 피지컬한 볼거리란 것이다. 지난 달 20일부터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세워진 빅탑에서는 세계적인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의 ‘뉴 알레그리아’가 공연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제 너무나 유명하여 ‘초대형 서커스’, 혹은 ‘현대적 기예 퍼포먼스’의 대표주자도 각인되어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성장을 거듭하며 거의 매년 새로운 공연을 내놓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1982년 캐나다 퀘벡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길거리를 공연을 하던 ‘질 생크루와’와 ‘기 랄리베르테’가 이끌던 젊은 공연단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장대곡예, 저글링, 불 묘기 등을 선보였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의 서커스에는 빠질 수 없는 동물쇼를 빼고 연극적 스토리라인과 음악, 발레, 무용 등 예술적 요소를 가미하여 그들만의 ‘아트 서커스’를 완성시켜나갔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공연이 계속 되고 있단다. 지금도 서울의 ‘뉴 알레그리아’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 (Kà)등 35개의 쇼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단다.
1994년 초연된 ‘알레그리아’는 20년 가까이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공연 25주년을 기념하여 2019년에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였고 더욱 풍성해진 ‘뉴 알레그리아’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 서울 공연에는 전 세계 19개국에서 모인 53명의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초고난도 곡예, 기예, 공연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서커스의 귀염둥이 광대들의 막간 쇼가 펼쳐진다.
‘태양의 서커스’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 공연이 펼쳐지더라도 모든 무대 장치가 함께 공수된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옆에 들어선 ‘빅탑’은 그런 식으로 공수, 조립, 설치된 공연장이다. 그 옛날, 아직 서커스단, 곡마단, 기예단이 한국에서도 존재할 때 마을 공터에 방수포 천막으로 기능하던 공연장의 기본 모습은 변함없다. 더 거대하고,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모든 공연에 안성맞춤으로 디자인된, 공연을 펼치기에 최적화된 진화의 결과물일 것이다.
서울 빅탑에서 펼쳐지는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에는 모두 10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기자들은 놀라운 묘기가 이어진다. 아마도, 체조선수가 전향한 것 같은 아크로바틱한 공연(핸드 투 핸드), 중국 기예단 같은 유연한, 그야말로 연체동물 같은 육신의 관절 쇼를 본다면 문득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의 한 장면이 생각날지 모른다. 갑자기 한 애가 응응 울면서 “저 애가 저런 걸(자세) 완성시키려면 사부에게서 얼마나 맞았을까..”라고. 물론 현대식 ‘서커스 공연’은 그런 차원을 지났다. 막대에 불을 붙인 불 쇼(파이어 나이프 댄스)와 특별한 도구를 활용한 밸런스 쇼(저먼 휠)를 지나 이번 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 공중그네 쇼(플라잉 트라페즈)를 만나게 된다. 관객들은 아찔한 퍼포먼스를 성공키킬 때마다 한마음이 되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인간의 육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퍼포먼스이니. 그 황홀한 육신의 묘기를 직관하는 기쁨이라니!
태양의 서키스 ‘뉴 알레그리아’는 내년 1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