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괴물 <에일리언>(오리지널)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82년 내놓은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당시의 혹평이 전설이 될 만큼 이제는 SF영화의 걸작으로 남아있다.
필립 K. 딕의 원작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작품이다. 이 소설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시종 칙칙한 화면에 묵시록적 이야기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35년의 세월이 지난 뒤 그 속편이 만들어졌다. 감독은 작년 <컨택트>(Arrival)로 놀라운 외계인과의 접촉을 선보였던 캐나다 퀘벡 출신의 드니 빌뇌브가 맡았다. 속편의 배경은 2049년이다. 전편의 배경에서 30년의 시간이 흐른 지구를 만나볼 수 있다. 그 동안 ‘알파고’가 나왔으니 안드로이드는 얼마나 더 진화했고, 지구환경은 얼마나 더 악화, 아니면 정화되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속편의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는 리플리컨트이자 블레이드 러너이다. 전편에서의 사냥꾼 릭 대커드(해리슨 포드)가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가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음에 비해 이번 영화에서는 그 자신이 리플리컨트임을 처음부터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도 주입된(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메모리에 불과할 뿐임을 잘 알고 있다.
30년의 시간동안 지구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단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타이렐사는 파산하고,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라는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서 인류를 구원했고, 타이렐의 유산을 손에 넣고 순종적인 리플리컨트 모델을 제작한다고. 그리고 2020년경에 지구에서는 대정전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블레이드 러너인 K(라이언 고슬링)는 ‘넥서스8’ 모델을 추적 ‘퇴역’ 처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막 한 거대한 농원에서 리플리컨트 ‘새퍼’를 퇴역시킨다. 그런데, 이 ‘놈’은 제거되기 직전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신형인 넌 모를 거야. 난 기적을 보았어."라고. K는 이곳 커다란 나무 아래 묻힌 박스를 찾아낸다. 그 안에는 오래된 리플리컨트의 유골이 담겼다. 그리고 ‘6-10-21’(2021년 6월 10일)이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 K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 놀라운 사실들을 속속 알게 된다. 자신의 정체와 리플리컨트들의 운명,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를 뜻밖의 비밀을.
35년 만에 나온 <블레이드 러너> 속편에는 해리슨 포드와 숀 영(레이첼), 그리고 종이학이 아니라 종이 유니콘을 접던 가프도 등장한다. 레이첼의 모습과 음성은 새로이 디지털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전편이 릭 대커드의 정체(인간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춘, 정체성의 문제였다면 이번 작품은 훨씬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의 전작 <컨택트>만큼 따라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1982년의 원작영화의 아우라를 가지고 그 핵심DNA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훨씬 풍부한 메타포를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알파고 등장이후, ‘생각하는 비(非)인간’의 존재가 이제 개체 생성도 가능할지 모르는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고된 업무와, 힘든 사랑, 그리고 긴 러닝타임 끝에 얻는 새로운 미스터리인 셈이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