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목)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5개국 30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중 ‘갈라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명명된 섹션에서는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 및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화제작들이 포진되어있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개되는 작품 중에는 한국영화팬에게 <러브레터>의 애틋한 사랑으로 각인된 나카야마 미호의 신작 <나비잠>(蝶の眠り)도 포함되어있다. 이 작품은 내년 극장에서 개봉될 영화이다.
14일(토) 오전, 부산영화제를 취재 온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나비잠>의 기자시사회가 열렸고, 이어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 기자회견장에서는 정재은 감독과 나카야마 미호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함께 출연한 주연배우 김재욱은 드라마 <사랑의 온도> 촬영 스케줄로 이날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나비잠>은 중년의 여성 소설가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한 청년(한국 유학생)을 만나서 불꽃같은 사랑과, 불꽃같은 창작 욕구를 불태우다 서서히 세상을 잊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틋한 이야기이다.
<러브레터>에서 흰 눈이 덮인 산을 바라보며 흐느끼며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나카야마 미호는 “20년 넘게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힘 덕분”이라며 “그 동안 영화를 찍으며 ‘여배우이고 싶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연기를 열심히 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유명한 정재은 감독은 성장영화 <태풍태양>(2005)이후, 12년 만에 극영화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건축 관련 다큐를 찍었다) 정 감독은 또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한 영화다. 요즘 한국에서는 멜로를 자주 볼 수 없는 데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면서 “나카야마 미호의 캐스팅이 결정되면서 영화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주인공을 연기한 미호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명하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질병과 관련한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더라도 직접 앓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진짜 속마음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님의 지시에 충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호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마지막 신을 꼽았다. 미호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 수가 없어 정말 힘들었다”며 지금도 그 신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상대역을 맡았던 김재욱에 대해서는 “자기감정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하는 배우”라며 “지난해 영화 촬영할 때 보고 이틀 전 일 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계속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앞으로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100% 일본의 영화 스태프로 이뤄진 <나비잠>에 대해 정재은 감독은 “외국에서 촬영하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많았던 것 같다. 간략하게 설명하다보니 촬영시간도 단축될 수 있었다”며 “감독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영화를 만들 때 일본 분들이 어떻게 느낄지가 관건이었다. 100% 배우들의 표현을 믿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나비잠>은 소설가의 연애, 소설가의 창작을 다루는 영화답게 창작공간인 서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 감독은 “여주인공의 집은 실제 일본의 유명 건축가가 50년 이상 살고 있고, 일본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건축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찍어온 인연으로 운 좋게 촬영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일본 소설과 일본 영화를 좋아했다. 나 나름대로 일본 문학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주인공의 설정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영화의 주요 설정에 대해 설명했다.
제목으로 쓰인 ‘나비잠’은 갓난아기가 두 팔을 위로 뻗고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 모습을 말한다. 영화에서 나카야마 미호는 김재욱 옆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수면모습을 보여준다. 나카야마 미호의 나비잠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나비잠>은 내년 봄 일본에서 먼저 개봉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