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로는 마지막이 될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목) 오후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을 개막작으로 열흘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올 부산영화제 공식행사는 공식 개막식 행사에 앞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개막작 <유리정원> 시사회였다. 이어 두레라움홀에서 신수원 감독과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 모더레이터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직접 맡았다.
'유리정원'은 다리가 불편한 과학도 재연(문근영)이 세상에 절망하여 숲속의 유리정원에 홀로 칩거하며 푸르른 나무를 이용해 인공 혈액을 연구한다. 그녀를 훔쳐보는 소설가 지훈(김태훈)이 그녀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은 쓴다.
<유리정원>은 문근영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은 후 취재진 앞에 선 문근영은 "뜻 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며 "부산영화제 몇 번 참석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제 영화로 참석했던 적은 없었다"며 "제 출연작이 개막작이 되고, 참석하게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근영은 극중에서 자신이 맡은 과학도에 대해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상처나 욕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다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끌렸다"고 말했다.
나무에서 새로운 생명수(녹혈구)를 구하려는 과학도 문근영의 삶에 끼어드는 소설가 역을 맡은 김태훈은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작년 개막작 <춘몽>의 특별출연에 이어 올해 개막작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 김태훈은 "개막작으로 2년 연속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건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영광스럽게 간직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수원 감독은 "'유리공원'이 개막작으로 선정돼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유리정원'은 한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라고 소개했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에서 나무와 인간을 접목시키는 부분에 대해 “예전에 소설을 쓸 때 느꼈던 것들을 담았다.”며 “전작 <마돈나>를 구상할 때 소설가가 주인공이며 상처입은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표절하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재연의 캐릭터에 대해 "그녀는 실패한 과학도가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재연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무리 했다. 상처를 받았지만 단순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 아니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 보이길 바랐다. 관객들이 그렇게 봐주시길 바란다"라며 영화 감상의 한 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날 신수원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정치적 외압에 시달리며 독립성 문제로 풍파를 겪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작년부터 계속 힘들었다. 외압도 있었고. 블랙리스트 같은 문화예술인들을 분류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는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강수연 BIFF집행위원장은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를 있게해 준 것은 관객들”이라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상화에서도 주인공은 온전히 영화와 관객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