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이주예 감독의 독립영화 <보조바퀴>는 꽤나 재밌는 드라마이다. 이주예 감독은 작년 개봉된 고봉수 감독의 독립영화 [습도 다소 높음]에서 극중 배우의 여친으로 잠깐 출연했었다. 그 영화 말고도 고봉수 감독의 작품에 다소 출연했다. 아마도, 고봉수 감독에게서 저예산 독립영화의 미덕을 제대로 배운, 혹은 체험한 모양이다. 이 영화는 ‘극’초저예산 독립 로코이다. 영화는 은영네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은영과 서영 자매, 엄마, 아빠가 모두 진짜 한 가족이다!
은영은 감독인 친구로부터 가족 다큐멘터리 촬영을 제안 받는다. 이제 은영네 가족의 일상사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긴다. 영화는 13살 동생 서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서영이 갑자기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아빠와 엄마는 그런 막내를 위해 뮤지컬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과외를 시킨다. 뮤지컬배우 석우는 성심성의껏 서영에게 뮤지컬 기초를 가르친다. 올바른 자세교정에서 발성연습까지. 부지런히 시킨다. 그런데 석우는 서영의 집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서영의 언니, 은영에게 은근히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집에 은영의 친구, 보라가 찾아오면서 ‘상황’은 점차 흥미진진해진다. 영화의 전반부는 뮤지컬을 배우려는 서영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후반부는 서영에게서 연애상담을 받는 석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전체 60분이다)
영화는 마치 홍상수영화 같다. 몇 안 되는 등장인물이 오며가며 마주치고, 각자 자기 이야기를 열심히 늘어놓는다. 그런 인물과 이야기의 교차 속에서도 전체적인 관계와 극적인 구도가 형성된다. 물론 [보조바퀴]는 더 한정된 공간에서 미니멀한 이야기를 나눈다. [보조바퀴]는 뮤지컬 꿈나무의 성장담이 아니다. 그렇다고 ‘고독한 기타맨’의 애인찾기 여정도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가족드라마이다.
감독은 제목으로 쓰인 ‘보조바퀴’에 대해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보조바퀴는 어른이 되어야만 떼어내는 것일까. 지금 나는 보조바퀴를 뗀 것인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보조바퀴를 달고 사는 것 같다”고. 감독의 의도를 확장해볼 수는 있다. 어린이 자전거 뒷바퀴에 달린 작은 보조바퀴뿐만 아니라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놓은 스페어 타이어까지 생각한다면 말이다. 아마도 각자 인생의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로 나아갈 때 제대로 굴러가도록, 혹시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한 ‘보조바퀴’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 보조바퀴를 사용하는 시간/기간은 얼마 안 된다. 작은 보험으로 생각하고 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 각자의 인생에서 주(主)바퀴와 보조바퀴가 무슨 의미를 지녔을까. 언니, 아빠, 엄마, 친구, 그리고 과외선생님이 ‘보조바퀴’로 작동을 하고 있을까.
이주예 감독의 인생의 스페어 타이어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13세 소녀의 맹랑한 연애코치가 흥미롭다. 뮤지컬 쌤이 발성이 더 좋고, 중절모가 더 멋지고, 나이가 더 들었더라도 다채로운 삶 속에서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코치를 받을 경우가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전해준다.
짧은 이야기지만 잔잔한 미소와 ‘풋’ 하는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소품이다. 참, 이주예 감독은 이 영화 촬영기간은 딱 이틀이었단다. 집안 장면 하루, 그리고 바깥 장면 하루!
▶보조바퀴 ▶감독:이주예 ▶출연:박서영(동생), 박은영(언니), 홍석우(과외선생), 강보라(언니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