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하지만 ‘수사반장’이나 형사 콜롬보가 항상 이야기하는 이 동네의 법칙이 있다.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나고’, ‘살인범은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민완형사는 용의자의 알리바이와 동기, 증거 등을 기반으로 주장의 허점을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내야한다. 그런데, 여기에 변호사가 끼어든다. 법적으로 조언을 받게 되는 용의자는 이제 형사의 머리 위에서 현장을 재구성하고, 증언을 교묘하게 비틀고, 증거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류의 영화는 끝까지 형사와 용의자, 변호사의 발언 하나하나를 들어보고, 빈틈을 찾아내야한다. 똑똑한 관객이라면 일찍 눈치 챌 것이고, 둔한 사람이라면 ‘어 그런가?’할 것이다.
26일 개봉된 윤종석 감독의 <자백>은 그런 정통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이제부터 범인으로 내몰린 소지섭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의 변호사의 화술을 통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야한다. 재밌다. 준비하시라. 영화 <자백>은 스페인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2017)를 번안/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세 번째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서비스 중이다) 유럽 스타일의 영화를 적절하게 한국식으로 변형한다.
IT기업 대표 민호(소지섭)는 재판 중이다. 내연녀 세희(나나)를 호텔 룸에서 죽였다는 것이다. 민호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별장에 머물며 재판을 준비 중이다. 사내변호사가 최고의 형사전문변호사가 찾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눈 내리는 별장에 양신애 변호사(김윤진)는 민호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으며, 허점을 잡아주고 대안을 마련한다. 그러면서 민호와 세희의 불륜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양 변호사는 그것까지 다루기 시작한다. 증언만 있는 사건, 증인이 나타날지 모르는 사건, 피해자가 사라진 사건을 유리하게 다루기 위한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진범이 똑똑하거나, 변호사가 똑똑하거나, 피해자 유족이 절실할수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자백>은 2017년 개봉된 스페인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원제: Contratiempo/The Invisible Guest)를 K 무비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전작 <더 바디> 역시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으로 리메이크 되었었다. ‘불륜 커플’의 살짝 꼬인 살인 드라마를 극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자백> 역시 그런 스릴러이다. 소지섭과 나나의 불륜의 현장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부터 이 커플이 살인의 현장에서 피해자가 되든지 가해자가 되든지, 함정에 빠졌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지 지략과 민첩함을 과시해야한다. 아니면, 자기가 몰락하니까. 소지섭을 끝까지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한다. 그리고는 조금씩 나나와의 관계,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면서 관객에게 혼란을 안겨준다. 나나 역시 단순한 피해자였는지, 공범이었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긴장감은 김윤진이 제공한다. 서로 다른 두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범인을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소지섭은 억울할까, 김윤진은 어디까지 알아낼까.
강원도 홍천, 횡성에서 눈 내리는 겨울에 찍은 영화 <자백>은 흥미로운 스릴러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만족스러운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변호사윤리강령에는 ‘비밀준수’ 조항이 있다.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신애 변호사’는 사건을 진실에 접근할까? 위험하지 않을까? 그 결말을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일 듯. 최불암과 피터 포크의 말이 진리이다!
▶자백 ▶감독:윤종석 출연: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2022년 10월 26일 개봉/15세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