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만년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KBS 대기획 UHD 다큐멘터리 <순례> 2편 ‘신의 눈물’에서는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 열리는 ‘코이요리티(QOYLLORITI)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5박 6일간 걸어가는 쿠스코 락치(Raqchi)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쿠스코 인근 8개 지역에서 모여든 수 많은 사람들로 형형색색 물든 콜케푼쿠 산마루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 각기 다른 색의 전통의상과 깃발을 들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열정적으로 펼치는 춤사위와 노래는 신에게 가까이 온 순간의 벅찬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침내 새하얀 만년설 앞에 선 사람들은 끓어오르는 감동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을 보여 그들에게 그 곳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곳인지 짐작하게 했다. 축제의 절정은 이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만년설 위로 올라가 하나님과 예수, 그리고 태양과 잉카의 신 모두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십자가와 토속 신앙이 함께하는 축제의 모습은 잉카인들의 슬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과거 잉카제국을 침략한 스페인은 산신을 제외한 모든 신들을 없앴고, 많은 신을 모시고 있던 잉카인들은 스페인인들과 함께 온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의 신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침략자의 신을 받아들이고도 400여 년간 대농장의 농노로서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예로부터 잉카인들은 세상이 혼탁할 때면 높은 곳에 올랐다고 한다. 안데스 만년설의 순결함으로 더러워진 자신과 타락한 세상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그들의 발걸음을 코이요리티 축제로 이끄는 것일 것이다.
14일 저녁 9시 40분 3편 ‘집으로 가는 길’이 방송되고, 15일 저녁 9시 40분에는 4편 ‘4300km,한 걸음 나에게로’가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