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이 [낙원의 밤]에 이어 다시 한 번 넷플릭스 작품에서 ‘JYB’의 매력을 발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총 10부)는 이달 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 공개된 데 이어 지난 7일, 190개 국가에 일제히 공개되었다. 초기 공개된 포스터와 시놉시스로 예상하기는 이 작품은 분명 외계인에게 납치된 남친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전여빈의 판타지 스릴러, SF일 것임에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감독이 [특종: 랑첸살인사건]의 노덕 감독이다. 왠지 뭔가 더 많은 비밀과 반전이 있을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상경한 전여빈 배우를 만나 ‘글리치’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부산에서 오픈토크 행사를 할 때 기분이 많이 ‘업’되어 보였다.
▶전여빈: “개막식 하고, 극장에서 GV할 때만해도 꽉 막혀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탁 트인 곳(영화의전당 야외상영장)에서 영화팬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너무 신났다. 부산영화제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것이고, 그렇게 많은 관객들을 다시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Q. [글리치]에 출연한 소감과 계기 같은 게 있다면.
▶전여빈: “출연 제의를 받고는 기뻤다. 진한새 작가에 노덕 감독이라니! 노덕 감독님의 [연애의 온도]를 무척 좋아했다. 그 영화 대사를 외워 오디션에 다녔던 팬이었다. 진한새 작가의 [인간수업]을 보고 놀랐었다. 이야기 자체가 기발했고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대본이 4부까지 나온 상태였다.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는 마음에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본 적은 없다. 분명한 것은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지효 역할이 저에게 온 것이다. 작가님은 대본을 쓸 때부터 ‘홍지효’ 역에 저를 염두에 뒀다더라. 작가님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이 역을 보고 좋았단다. 상사에게 욕을 엄청 먹고 분개하여 눈을 천천히 뜨는 장면에 꽂혔다는 것이다. 감독님은 저의 단편과 드라마까지 다 다보셨다고 한다.”
Q. 그동안 보여준 연기는 다채롭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에 스며드나.
▶전여빈: “배우란 것은 작품을 할 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글 속의 인물을 연기할 때는 자기 안의 재료를 써서 최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연기란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 배우로 누굴 만나고, 감독의 어떤 디텍링을 받는지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 정말 살아있는 생물, 유기체 같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영화의 빠르기, 호흡이 달라진다. 물론 연기를 하다가 어느 부분에서 나를 명확히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감독님과 상대 배우와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Q. 지효가 외계인을 볼 수 있다는 설정, 혹은 외계인과 연관되어 있다는 설정에 대해서.
▶전여빈: “지효는 애틋한 인물이다. 친구인 보라를 잃게(멀어지게) 된 과정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싸운 기억도 없는데 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도 떠올랐다. 지효에 대한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그 상황 자체가 나를 사로잡았다. 누구나 마음속엔 그런 외계인 같은 것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걸 가둬놓고 사는 것이다. 남친 시국(이동휘)이 사라진 뒤에는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효라는 캐릭터가 좋았던 것은 그는 항상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가 있고, 새어머니도 있고, 많은 사람이 곁에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답답하게 느껴지던 지효가 모든 것을 떨치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옆에는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Q. 지효는 어떤 사람인가.
▶전여빈: “저는 지효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냥 어디에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의 고민은 ‘외계인을 본 것 같다’라는 환각인지 실체인지 모를 과거가 있다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 같은 것이다. 아픔일 수도 있고, 약점일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Q.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전여빈: “나도 그렇다. 처음 배우라는 꿈을 꾸었을 때 나름 이 일을 하고 싶었다. 배우란 선택을 받는 직업이고, 재능이란 것이 단 번에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캐스팅과 일련의 과정에서 나 자신을 믿으려고 했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연기하면서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신을 무한히 믿으려고 한다. ‘너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방법을 찾을 거야’라면서.”
Q. 연기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전여빈: “물론 배우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흔들린다. 하지만 배우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 남이 나에게 주는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이 세상에서 나 자신만큼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테니.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루하루 잘 살아온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응원한다. 물론 제 옆에 있는 사람도 응원하고, 여기 오신 기자님들도 응원합니다.”
Q.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식 사회를 보았다. (전여빈은 자신의 작품으로 부국제에 세 차례 참석했다. 문소리감독의 단편 ‘최고의 감독’과,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년’, 그리고 이번에 넷플릭스 ‘글리치’로 부산을 찾았다.)
▶전여빈: “개막식 끝나고 양조위 선배와 만찬 자리가 있었다. 어렸을 적에 영화 속에서 보았던 대스타이다. 배우가 된다면 저런 배우가 되고 싶었다. 감정을 사로잡는 완벽한 영화적인 순간이 실제 내 눈앞에 나타났기에 너무 놀랐다. 화면보다 실제 눈이 더 깊어 놀랐다. 그 눈빛이 생생하다. 그 눈빛만으로도 위로받는 것 같았다. 꿈같은 기회였다. 그 자리에서 감히 손을 들고 질문을 드렸다.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지.’ 행운이 많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에게 없는 것들은 사람들이 채워주었다고. 행운이 많았다고 말하는 것은 겸손의 말씀이지만 그런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한 사람에게 진심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본받고 싶다. 양조위 선배님은 ‘연기할 때는 자기 마음이 따르는데 충실하라’고 덧붙였다. ‘팔로우 유어 하트’라고. 오랜 내공이 쌓인 사람도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류준열, 한예리 배우도 있었는데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멋진 시기가 왔다. 대단한 시기이다. 행운을 바란다’고 응원과 독려를 해주셨다.”
Q. 양조위 영화 많이 보셨는지.
▶전여빈: “중경삼림, 무간도, 색계, 화양연화.....” (리메이크된다면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아... 너무 많다. ‘화양연화’?”
Q. 촬영이 힘들었던 장면은
▶전여빈: “체력을 요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추모제신일 것이다. 촬영은 대본이 나오는 순서대로 찍었다.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촬영을 종료했었다. 그 장면은 사이비종교단체의 집단행동이 이뤄지는 날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상황자체가 드라마틱하였다. 무서운 장면이었다. 추위가 안 느껴질 만큼 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 보조출연자들이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며칠 밤을 새며 촬영한 것이라서.”
Q. 나나와 촬영한 것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전여빈: “많다. 나나가 스쿠터 타면서 손가락 욕하는 장면. 그건 애드립이었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보며 나를 약 올리는 장면인데 그 때 배우의 본능, 즉 연기적인 창의력이 나온다. 얼굴 돌리는 것 대신 손가락 욕을 하며 약을 올리는 것이었다. 진짜 약이 오르더라. 운전하며 돌아보는 것은 실제 위험하다.”
Q. 함께 연기한 나나에 대해.
▶전여빈: “정말 같이 연기하면서 감탄했다. 둘이 처음 연기를 했을 때 나나가 엄청 떨었다고 하더라. 같이 연기하는 게 너무 편했다. 내가 하는 연기에 충실한 반응을 보인다. 대본에 충실하고, 억지로 꾸미지 않는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나나 덕분에 저도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다음엔 앙숙으로 나와 제대로 연기를 펼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나는 시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린 친구이다. 그러면서도 쿨하다. 티 안내면서 사람들을 많이 챙기는 타입이다. 의지한 순간이 많았다.”
Q. 노덕 감독님은?
▶전여빈: “감독님은 우리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후반작업 때 말이다. ‘보라와 지효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 ‘아픈 데는 없니? 사랑해’라고 연락 주셨다. 촬영 중에는 그런 감성적인 말 하시지 않는 쿨한 분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사랑해요’라고 연락드렸다.”
Q. 배우로서 성장한 것을 느끼는지.
▶전여빈: “그때나 지금이나 배우라는 타이틀 앞에서는 좋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초심을 잊지 않고,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배우라는 일을 하는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항상 다른 인물, 다른 연기를 해야 하니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는 선배들이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이 직업을 사랑하고 아낀다. 너무 좋아한다.”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에서 쾌활드라마 ‘빈센조’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 전여빈가 나나가 펼치는 외계인(?) 추적극, 넷플릭스 ‘그리치’는 지난 7일 공개되었다. 전여빈은 내년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작품으로 또 다시 넷플릭스 “두둥~” 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