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선데이리그’는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프리미어리그를 달리고 있는 축구인의 서글픈 사연을 담은 영화이다.
준일(이성욱)은 한때는 ‘검은 독수리’라 불린 축구유망주였다. 청소년과 대학시절 선수로 뛰며 MVP영광을 누린 잘 나가던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꿈이 꺾인다. 지금은 후배가 운영하는 청소년 축구아카데미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다. 날개 꺾긴 독수리의 꿈을 꿈나무에게 전수할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날 먹은 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술 냄새 풍기며 운동장에 늦게 나타타고, 아이들의 몸놀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댄다. 운동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빳다 타령‘을 한다. 아이들에게 말이다! 후배는 난감하다. 코치에서 자르기도 뭣하다. 그래서 ’성인팀‘을 하나 만들자고 그런다. “우린 프로야. 가오 빠지게 아마추어가 뭐야?”라지만 호구지책으로 ’축구 어른이‘를 떠맡게 된다. 달랑 세 명뿐인 열정의 아마추어들. 나름 왕년의 축구유망주는 떨떠름하지만 별수 없다.
이 정도 진행되면 최악의 코치가 어중이떠중이 선수들을 규합하여, 경기에서 몇 번 폭망한 뒤 대오각성하여 훈련에 초집중, 그라운드를 감동의 물결로 만드는 이야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독립영화’답게 커다란 꿈과 정해진 감동 대신에 작은 사연과 엎어진 꿈으로 관객들을 객석에서 벌떡 일어서게 만든다.
‘의지박약하고 책임감 없는’ 코치 준일은 이성욱이 연기한다. 언젠가부터 한국영화에서 조금씩 얼굴을 내보이던 이성욱은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늑대사냥]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뭔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좌절된 축구인의 모습을 절절하게 연기해낸다. 분명, 사연이 있어서 그라운드를 떠났고, 아이들 축구교실에서 온통 우거지상으로 앉아있지만 마음은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다. 아들에겐 “넌 국가대표 될 거야”라며 함께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는 좋은 아빠 같지만 현실은 이혼에 내몰린 루저이다. 그런 그에게 열패감을 더 안겨주는 존재는 열정의 아마추어 ‘철수축구단’ 삼인방이다. 강영구(김사장), 오치운(최씨), 이순원(박씨)은 왜 축구를 하려고 할까. 차라리 게임을 하면 시간이라도 잘 갈 것인데 말이다. 그것은 일요일이면 학교 운동장을 누리는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 그들은 더 젊어지고, 영원히 현역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차범근이었고, 오늘은 박지성이며 내일은 손흥민처럼 뛸 것이라고.
<선데이 리그>로 장편영화 데뷔를 한 이성일 감독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네 조기축구회든, 풋살 아카데미든, 아파트 테니스동호회든 함께 땀을 흘리고, 경기가 끝난 뒤 치맥을 함께 한 사람들이라면 인생의 한 이닝을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축구는 공을 차는 것이고, 공은 그라운드에서 차는 것이다. 인생은 공차기가 아니지만, 가끔 공을 차기도 하는 것이다. “Simple is best!”
▶선데이리그 ▶각본/감독:이성일 ▶출연:이성욱(준일) 심우성(상만) 차성제(성준) 김그림(지혜) 유인혁(태진 코치) 김국희(준희 여동생) 강영구(김사장) 오치운(최씨) 이순원(박씨) ▶2022년 10월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