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우주 끝으로 우주탐사를 다녀온 인간(인류)이 착륙한 행성이 유인원의 세상으로 변해있더라는 이야기를 담은 SF <혹성탈출>은 1968년 첫 번째 작품이 나온 이래 꽤 많은 속편이 만들어졌다.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이 다시 한 차례 <혹성탈출>을 만들었고, 2013년부터 새로운 시리즈(프랜차이즈)가 리부팅 되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이 만들어졌고 그 종결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이 개봉되었다. 물론 그 중간에 TV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이 끝나지 않을 인류와 유인원의 전쟁을 다룬 <혹성탈출>의 시작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이 1963년에 출간한 소설 <유인원행성>이 원작이다. 피에르 불의 또 다른 작품은 놀랍게도 SF가 아니라 전쟁소설 <콰이강의 다리>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가 되어 노역에 시달린 경험이 투영된 작품이었다. 그의 소설 <유인원행성>에는 지구는 유인원이 지배종이고, 인류는 노예/애완동물 신세란 것이 주 내용이다. 물론, 마지막엔 ‘해안가에 쓰러진 자유의 여신상만큼 충격적인 반전도 있다.
1968년 찰톤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이 피에르 불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쳤듯이 2013년 이십세기폭스가 리부팅한 혹성탈출 프랜차이즈는 원작소설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력을 펼친다. 우주여행과 시간의 비틀림 같은 컨셉 대신 신약개발(의 부작용)로 시작된 종(種)의 전쟁을 다룬다. 치매치료제 개발에서 시작된 이 비극은 유인원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간은 점점 퇴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의 잔인함이 드러나게 된다. 한정된 (지구) 공간에서 두 종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종의 전쟁은 격렬해져만 가고, 마침내 마지막 전쟁으로 한발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리부팅한 혹성탈출 3편 <종의 전쟁>(원제: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감독: 맷 리브스)은 그동안의 인류와 유인원의 대결을 끝장낸다.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은 자유의 땅을 찾아 떠나야했고, 우디 해럴슨 대령이 이끄는 인류는 야만적 탄압으로 유인원을 절멸하려 한다. 존재의 종말전에서는 선악의 개념이 상실된다. 인류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저 또한 사랑하는 가족, 동료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오르니 말이다.
<종의 전쟁>에서는 유인원 무리 사이에 인류 노바(아미아 밀러)가 합류한다. 이미 퇴화를 시작한 어린 소녀‘인류’이지만 유인원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에서 공룡이 멸종되었듯이, 인류종이 점차 진화했듯이, 이 땅에서 누가 마지막 태양을 바라볼지는 모를 일이다.
‘종의 전쟁’은 종들이 그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 설산에서 시작된 눈사태는 마치 노아의 홍수처럼 한 종을 휩쓸어버린다. 높다란 나무 끝에 매달려 살아남은 종은, 또 다른 지구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그들이 처음 말을 배웠듯이 글자를 창조하고, 물건을 만들고, 언젠가는 스마트폰도 만들고, TV도 개발할 것이다. 물론 뾰족한 창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핵무기도 개발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종과 마지막 전쟁을 치를지 모르겠다. 그 모든 진화와 퇴화, 전쟁의 배경이 되는 지구는 그러한 종의 바뀜과 종말의 전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피곤할 것 같다. 2017년 8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