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찰턴 헤스턴 주연의 첫 작품 이래, SF의 고전이 된 <혹성탈출> 시리즈가 리부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으로 돌아왔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의 소설 <유인원 행성>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리부트를 통해 우주여행 설정 대신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인한 '종(種)의 교체'라는 현대적 상상력을 더했다. 치매 치료제는 유인원을 진화시켰고, 바이러스는 인류를 퇴화시키며 두 종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불러왔다.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한 이번 편은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마지막 보루인 대령(우디 해럴슨)의 처절한 대립을 다룬다. 한정된 지구라는 공간에서 두 종은 양립할 수 없으며, 존재의 종말 앞에서는 선악의 경계마저 무너진다. 가족을 잃은 시저는 복수심에 고뇌하고, 대령은 야만적인 탄압으로 인류의 생존을 갈구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퇴화하는 소녀 노바는 유인원과 공존하며 새로운 역사의 씨앗이 된다.
영화의 절정에서 인류와 유인원의 전쟁을 끝내는 것은 인간의 무기가 아닌 거대한 자연의 힘, 설산의 눈사태다. 이는 마치 노아의 홍수처럼 한 시대를 휩쓸어버리고 살아남은 종에게 새로운 지구의 주인 자리를 넘긴다. 진화한 그들은 언젠가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건설하며 다시금 핵무기를 개발해 또 다른 종과 마지막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단순히 볼거리에 치중한 블록버스터를 넘어 인류의 잔인함과 진화의 역설을 묵직하게 질문한다. 거듭되는 종의 바뀜과 멸망의 전쟁을 지켜보는 지구의 피로함이 느껴질 만큼, 영화는 장엄하고도 서늘한 묵시록적 풍경을 완성해냈다. 지배종의 자격은 무력이 아닌 공존과 자비에 있음을 시저의 마지막 눈빛이 증명한다.ⓒ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