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염정아와 애틋한 부부연기를 펼친다. 오늘(28일) 개봉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류승룡은 깐족대는 남편에서 믿음직한 가장까지 멋진 연기를 펼친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의 신작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크박스 뮤지컬’스타일로 완성된 충무로에서는 보기 드문 뮤직드라마이다. 류승룡과 염정아의 노래실력은 걱정 말라. 드라마에 날개를 달아준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류승룡에게 연기와 음악,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은 아내 세연(염정아)이 암으로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내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생일이 될지 모르는 날에 뜻밖의 선물을 요구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부부는 차를 타고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목포로, 부산으로, 청주로, 보길도로 향한다. 첫사랑의 소환과 함께 주옥같은 노래들이 펼쳐진다.
Q. 코로나로 개봉일이 미뤄지다가 드디어, 마침내 극장에서 만나게 된다. 소감부터.
▷류승룡: “개봉을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당겨졌다. 낙엽 지는 계절에 볼 수 있어 좋다. 그동안 4번 정도 봤다.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다양한 감정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젊은 시절의 모습이 (손발이) 오그라지는 듯 했다. 부분적으로 보이다가 보면 볼수록 전체가 보이더라. 최선을 다해 인생에 있어 아름다운 순간을 담았다. 어느덧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Q. 촬영하면서 울컥한 부분이 있다면.
▷류승룡: “그런 지점이 많다. 다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남편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진봉’은 복잡한 표정을 보인다. 두려움일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여러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수긍, 부정, 분노 식으로. ‘왜 우리 가족에게?’ 영화 마지막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뒤에는 울컥하는 부분이 많다. 꿋꿋하게 참다가 끝내 눈물을 보인다.”
류승룡
Q. 노래와 춤 연습은 어떻게 했나.
▷류승룡: “노래 연습에 더 치중한 것 같다. 춤은 군무가 많았다. 녹음기간까지 합치면 1년 정도 보이스 트레이닝을 했다. ‘아아아아아~~’ 벨칸토 창법도 아니고,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방식도 아니다. 대중가요 풍도 아니다. 대사를 노래 위에, 감정을 얹는 방식으로 연습을 많이 했었다.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몸짓의 의미로 느껴질 수 있게 하려고 했다.”
Q. ‘난타’ 공연을 오랫동안 해봤으니 뮤지컬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것 같다.
▷류승룡: “신선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클래식한, 일반적인 뮤지컬이라면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능적인 부분이 있다. 이건 기존에 있는 노래를 친숙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많이 들어본 노래, 대사로 옮기더라도 이질감이 별로 없다. 가사가 대사가 되고. 대사가 가사가 되는 것이 어떻게 영상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과거와 현재가 오고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재밌는 영화작업이었다.”
Q. 노래 중 어려웠던 곡은?
▷류승룡: “편하게 쉽게 부르려고 했다. 최백호 노래는 호흡이 느려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박자와 음이 다 어려웠다. 후배가수들이 왜 최백호 노래를 어려워하는지 알겠더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Q. 초반에 아내의 상황에 대면하는 남편 진봉의 모습은 얄밉기까지 하다.
▷류승룡: “처음엔 그렇다.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모습이 전반부에 배치된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를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 윗세대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나는 저렇게까지는 아닐 거야’라거나, 혹시 ‘나도?’ 같이 자기반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저렇게 울어줄 수 있을까? ”
Q. 염정아 배우와의 부부연기는 어땠는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것 같다.
▷류승룡: “둘 다 학부형이다. 아이들 이야기 같이 현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염정아 배우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노래도 특별히 합을 맞추지는 않았다. 너무 잘했다. 탁구처럼 핑퐁하는 재미가 있었다.”
Q. '2D 연출‘ 장면은 특이했다.
▷류승룡: “많은 배우가 합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연습을 통해 합을 맞췄다. 연습을 통해 하나가 되는 짜릿한 지점들이 있다. 다른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감독님, 카메라감독님, 안무선생님이 다 같이 모여 많은 회의와 고민 끝에 나온 결과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Q. 뮤지컬이라서 걱정한 것이 있는지. 춤과 노래를 직접 해 본 소감은 어떤가.
▷류승룡:“이런 장르가 처음이라 걱정되고 부담스러웠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진봉 캐릭터가 제대로 나온 것 같다. 앞부분에서는 괴팍한 모습으로 화를 유발시키는 캐릭터이다. 원래 서툴고, 어설픈 인물이다. 유머러스하고 장난꾸러기이다. 진봉의 과거를 보여주며 노래를 섞은 것이 재밌다. 몸은 누가 봐도 똑같은 데 젊었을 때 모습은 그 자체가 재미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도 힘들었다. 가이드 녹음을 전곡 다하고 현장에서 녹음하고 끝나고 후반에 녹음해서 총 3번의 작업을 했다. 몸짓의 언어와 안무의 배치 등 세세하게 고민을 하게 된 좋은 작업이었다.”
Q.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삶의 가치나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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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정말 소중한 것을 얻었다. 다들 삶을 살고 있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의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아내가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더라. 이전에 느꼈던 무서움이랑은 다르다. 아내가 있기에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
Q. 영화 속 상황은 가정이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것 같다.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가 있는지.
▷류승룡: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 것이다. 일상에 감사하고 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가족여행도 하고. 예전엔 나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고2인데, 수능 끝나면, 합격자발표 나기 전에 가족 모두가 오로라 보러 갈 생각이다. 아이슬란드나 캐나다로. 아니면 별이 쏟아지는 요르단의 대자연도 보고 싶다. 로키산맥 가는 것도. 많다고? 버킷리스트니까. 뭐든 말할 수 있잖은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Q. 영화 속 진봉과 비교했을 때 류승룡 배우는?
▷류승룡: “너무 달라서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엄청나게 인물분석을 해야 했다. 진봉의 모습은 윗세대에게는 내재된 모습이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암인데 저런다고?’ 저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고 싶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그늘이 되어주고 놀이터가 되어주고 나중에는 땔감이 되어주고 집 짓는 재료가 되는, 그런 모든 것을 주는 아빠이다.”
Q. 이 영화 흥행은 어떨 것 같은가.
▷류승룡: “걸어보지 않은 길이라서 가늠이 안 된다. ‘탑건 매버릭’을 우리 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또래들이 그 영화 안보면 안 된다고 하더라. ‘톱건1’을 안 보고도 ‘톱건 매버릭’을 그렇게 좋아하더라. 이 영화는 ‘7080’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좋아할 것 같다. 좋은 노래는 세대와 상관없이 좋아한다. 우리 애들도 이문세 노래가 좋다는 것을 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류승룡
Q.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나 장르가 있는지.
▷류승룡: “제 희망이나 역량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훌륭한 이야기꾼과 기획자가 있다. 영화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것들이 선물처럼 제게 온다. 고민한다고 되는 게 없더라. 몸 관리 잘 하고, 잘 유지하고 있으면 또 다른 좋은 작품이 선물처럼 내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처럼 실제에서 아내가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한다면?
▷류승룡: “하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내에게 어떤 사연이 있다면, ‘마지막 생일’에 그런다면 정성껏 데려다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웬 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왓?’(버럭~) 하겠죠? 그런데 아내 혼자 안 가는 게 어디야. 그런 생각도 들 것이다.”
Q. 젊은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류승룡:“선물처럼 만나게 된 배우이다. 연기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아들로 나온 하현상은 무기교의 기교라는 것을 보여줘다. 딸을 연기한 김다인은 얄미울 정도로 당돌했다. 그래도 지 오빠 잘 챙겨준다. 다인이 엄마 보고 웃을 때, 염정아 배우는 그 장면만 보면 엉엉 운다. 박세완 배우는 눈이 크잖아요. 눈이 마음의 창이라서 그런가. 눈에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다 보여주더라. 심달기 배우는 전체 이야기가 납득이 가는 연기를 한다. 옹성우는 약간 느끼해야 재밌는 역할인데 아주 성실하게 그 지점을 연기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영민하게 연기했다. ‘정가네 목장’에서 수의사 역을 맡았는데 사투리도 잘한다. 감독과 배우들이 다들 좋아했다. 고창석도 이야기해야 하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Q. ‘극한직업’에 이어 또 한 번 멋진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었다.
▷류승룡:“두 작품이 같은 작가(배세영) 작품이다. 코미디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 너무 잘 썼다. 시치미 뚝 떼는 코미디는 내가 충청도 출신이라 그 쪽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학창시절에도 코미디를 했었다. 장진 감독과 열 작품 정도 했었다. ‘난타’ 공연을 매일같이 5년 정도 했었다. 같은 공연이지만 해외를 돌아다니다 보니 나라마다 그 때의 분위기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라. 그런 게 지금 코미디 연기하는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Q. 영화 데뷔작이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 였다. 그동안의 연기 인생 소회를 말한다면.
▷류승룡: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등산이란 것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올라가고, 내려가고, 집에까지 가는 것이라잖은가. 산 위에서 끝나면 등산이 아니고 실종이다. 인생은 등산과 같은 종주이다. 얼마 전에 몽골 트래킹을 다녀왔다. 봉우리를 넘고넘어 숙소까지 가는 과정, 그것이 인생이다. 평탄하지만은 않으니까. 그 지점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의 인생이 아름다운지, 추억 속의 인생이 아름다운지, 류승룡의 인생을 통해 느껴보시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오늘(28일) 개봉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