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는 ‘넷플릭스의 아들’이자, ‘넷플릭스의 장학생’이다. '페르소나',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사냥의 시간’, ‘야차’에 이어 '수리남‘까지 여섯 편에 출연했다. 최근작 ’수리남‘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윤종빈 감독의 6부작이다. 수리남에 안착하여 온갖 악행을 일삼는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국정원 최창호 팀장(박해수)은 수산업자인 민간인 강인구(하정우)에게 접근하여 위험한 작전을 펼친다.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을 다녀온 박해수를 만나 ’수리남‘과 ’넷플릭스‘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요즘 '밥 잡쉈는지‘ 인사를 많이 받겠다.
▶박해수: “그렇다. 여기저기서 ‘박 프로 식사는 잡쉈어?’ 소리를 듣는다.”
Q.작품에서 보면 ‘국정원’ 작전 들어갈 때는 항상 가래침을 뱉는다.
▶박해수: “전화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전요환 떴으니 감청 준비해라는. 그 씬을 찍고 다른 씬을 찍을 때 감독님이 여기서도 해볼까 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연기하는 사람입장에서 보자면 ‘식사 잡슛어?’ 대사처럼 캐릭터 속으로 빨리 들어가게 된다.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반복적으로 하게 되니 연기하는데 각성이 되더라.”
Q. ‘수리남’ 없는 ‘수리남’에서 촬영을 했다.
▶박해수: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한 달 정도 짧게 머물렀다. 외부에서 찍는 신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업가인 구상만 역할을 할 때만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이 연기한다는 즐거움과 긴장감이 있었다. 현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다. 무엇보다 미술팀이 완벽했다.”
Q. 수리남이 그런 곳인 줄은 알았나?
▶박해수: “이 영화 찍기 전에는 몰랐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거운 느낌의 제목은 아니었다. 가벼운 내용인 줄 알았다. 정말 ‘수리하는 남자?’ 그랬다. 나라이름인 것을 알고는 찾아보았다. 실제 우리나라와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 안 된 나라였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국정원 사람을 연기하며, 혹시 접촉을 했다거나, 따로 도움을 받은 것이 있는지?
▶박해수: “(어, 이거 이야기해도 되나? 된다고 하자)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도미니카에서 촬영할 때 도움을 받았다. 그곳은 위험한 곳이니. 현장에서 물어봐서 공부 많이 했다. 대본 안에서만 공부했다. 감독님은 정보가 많았다.“
Q. 감옥 장면은 어땠나.
▶박해수: “일단 감옥에는 갇히는 않았다. 하정우 면회 가면서 현장을 느꼈다. 운동장에서 촬영을 같이 했다. 실제 재소자들이다. 모범수라는데 리얼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Q ‘감옥생활’을 해 본 사람으로서 환경이나 시설이 어떻던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해수: “하하 우리나라 감옥이 제일 빡센 것 같다. 내가 출연한 드라마는 좁았으니.”
Q. 국정원 요원 최창호와 무역상 구상만을 오가면 연기를 펼친다. 어려웠던 부분은?
▶박해수: “연기를 하면 신경 쓴 부분은 전화하는 장면이었다. 한 공간에서 미리 찍어야 되는 분량이 많았다. 예민한 갈등 구조를 보여줘야 하는데 긴장감을 충분히 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디렉팅에 따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Q. ‘수리남’에서 연기자로서 욕심이 나는 역할이 있다면?
▶박해수: “배우라면 황정민 선배나 하정우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가 욕심이 날 것이다. 작품의 서사를 맡아서 리드해 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궁금했다. 하정우 선배는 강인구를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연기한다. 전요환은 황 선배 말고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Q. 황정민과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최고조이다.
▶박해수: “워낙 좋아하는 선배이고, 작품에서 캐릭터가 내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로서 그 에너지를 극복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저한테서도 강한 에너지가 나온 것 같다. 전요환이 웃을 때 따라 웃는 장면이 있는데 최창호에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예전부터 최근까지도 선배님이 한 공연을 다 봤었다. ‘리차드3세’도 그렇고 ‘오이디푸스’도 그랬다. 그 정도 무대장악력을 가진 배우와 직접 마주보고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좋은 도전이며, 경험이었다.”
Q. 다른 배우들은?
▶박해수: “다들 좋았다. 좋아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잘 묻혀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기는 무대에서 키워졌다. 이제 보여줄 기회가 더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더 발견하고 싶다.”
Q. 에미상 수상식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박해수: “정말, 이번에 시상식 갔다 오며 연락 많이 받았다. 옛 군대 동기도 연락을 주더라. 황동혁 감독님은 섭섭할까봐 문자도 주셨다. ‘오징어 게임’의 상우가 본인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여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다.”
Q. ‘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나올 수 있을까. 프리퀄이라면 가능하지 않나.
▶박해수: “그러게. 시즌1에서 상우도 죽었다. 감독님도 (캐릭터들을) 다 죽였다고 후회하시더라. 물론 전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가 누구냐. 그런 이야기는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Q. ‘수리남’의 시즌2는?
▶박해수: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캐릭터마다 이야기가 있으니. 변기태(조우진)도 그렇고. 다들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Q. 박해수 배우는 정말 ‘넷플릭스의 적자’라고 할만하다.
▶박해수: “의도치는 않았다. 영화 찍을 때 그렇게 공개될 줄 몰랐으니. 코로나 때문에 열심히 찍은 작품이 개봉 못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도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진을 많이 생각해 주는 것 같다. 좋은 연기자와 좋은 시청자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자본이 들어와서 만드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작가와 감독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Q. 작년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SNS를 개설하고 팬과의 소통에 나섰다. 1년이 지났다.
▶박해수: “SNS는 회사에서 많이 도와주신다. 소통창구라는 말에 설득당한 것이다. 팬과 소통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알겠더라. 팔로우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어떤 척도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Q. 끊임없이 연기를 해오며 든 생각은?
▶박해수: "끊임없이 작품이 공개되어서 그렇지 사실은 텀(연기 공백)이 많았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는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고,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 있지만 못 한다는 게 아쉽다. 장르적 작품에 더 애정을 가졌고, 그런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이젠 한 작품 한 작품 그냥 흘러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소중하게, 그 캐릭터를 소화해 낼 것이다.”
Q. 연기 철학이 있다면
▶박해수: “연극할 때도 겹치기 출연을 한 적이 없다. 연습시간이 겹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씩 겹치는 일정도 생긴다. 한 캐릭터를 연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통과시키는 캐릭터 말고, 같이 노력하고. 잘 표현하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 그런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더 들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방식이 생길 것이다. 지금은 좀 더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작품을 리드해갈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키우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갈 길이 보인다"
박해수는 ‘대홍수’를 촬영 중이다. ‘더 테러 라이브’와 ‘PMC' 의 김병우 감독이 맡은 ’대홍수‘는 대홍수로 물에 잠긴 지구,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긴 아파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SF재난 블록버스터이다. 박해수와 김다미가 출연한다. 이것도, 넷플릭스 작품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