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 될 상인가?”
28년 전 ‘젊은 남자’ 이정재는 스타가 되고 싶어 발버둥치는 ‘모델 지망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꿈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압구정 'X세대‘의 청춘은 그렇게 뜨겁게, 그렇게 쓸쓸하게 스러져간다. 배창호 감독의 1994년 작품 [젊은 남자]이다.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화려하게 데뷔한 배창호 감독은 ‘적도의 꽃’(83), ‘고래사냥’(84), ‘깊고 푸른 밤’(85), ‘기쁜 우리 젊은 날’(87)을 잇달아 내놓으며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찬사를 들으며 충무로의 스타감독이 된다. 그런 그가 ‘꿈’과 ‘천국의 계단’을 거치며 ‘당시’ 충무로 메인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영화사 ‘배창호프로덕션’을 세우고, 자신의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 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젊은 남자’이다. 스물두 살 이정재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송되기 전, 아직은 풋풋한 신인일 때였다.
영화 ‘젊은 남자’는 스타가 되고 싶은 열정에 가득한 모델지망생 이한(이정재)의 일과 사랑, 꿈을 그린다. 당구장과 나이트클럽에서 오가며 청춘을 불사르는 이정재를 두고 자유분방한 여대생 재이(신은경), 신비로운 연상의 여인 승혜(이응경), 그리고 그의 육신을 옭아매고 있는 모델 에이전시 손 실장(김보연) 등 세 여자가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한 성공으로 제2, 혹은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정재의 인기에 힘입어 ‘젊은 남자’가 내달 극장에서 재개봉될 예정이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 23일,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상영 전 배창호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배창호 감독은 “이 영화는 1994년 겨울에 개봉되었었다. 흥행도 성공적이었다. 이정재 배우가 이 영화로 데뷔했었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군에 입대했었다. 그리고 '모래시계‘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젊은 남자’는 배창호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X세대’라는 명칭이 신조어로 언론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현상을 말한다. 자기 표현요구가 강해지고, 성취욕이 뚜렷한 세대이다. 저도 그런 젊은이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았고, 많이 어울렸다. 결과적으로 외형적인 것은 저의 젊은 시절과 달라도, 제가 20대 청춘 때 가졌던 꿈, 갈망과 방황, 좌절, 성급함은 여전하구나 라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배창호 감독은 ‘젊은 시절’의 28년 만에 재개봉하는 것에 대해 “지난해 이정재 배우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이정재의 첫 작품을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극장 상영 이후 IPTV나 OTT에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VHS로만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분들의 요구에 부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의 젊은 관객과 이정재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젊은 남자’에는 배우 신은경, 이응경, 김보연과 지금은 고인은 된 고(故) 전미선의 신인 시절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10월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 데뷔40주년 배창호감독 특별전 개막식/ 스튜디오보난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