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김승민 감독의 단편영화 ‘딩크족’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이해하거나, 훈수를 둘 영화일 것이다. 내 집 장만을 위해 묘책을 강구하는 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이른바 ‘딩크족’이며, 주택청약 가입자이다. 그들에게 아파트가 주어질까? 그들에겐 무슨 묘수가 있을까. 그러나저러나 그들이 갖다 바칠 영혼의 무게는 얼마일까.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는 '맞벌이 무자녀 가정'을 말한다.
젊은 부부, 남편(곽민규)과 아내(하정민)는 빌라에 살고 있다. 전세일 것이다. 사랑하는 젊은 커플에게는 충분한 보금자리가 될지 모르지만 더 큰 집, 내 집을 갖고 싶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 제대로 키울 능력(혹은 용기)도, 집을 장만할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큰 일이 생긴다. 덜컥 아이를 가진 것. 이들에게 ‘부동산청약 브로커’ 현숙(오민애)이 찾아온다. 임대주택청약제도를 적극 활용해 보라는 것이다. 아마도 법과 제도의 맹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 사람의 도움만 받는다면 내집 장만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쌍둥이’라면 다자녀 가점이 있단다. 서류는 준비해 준단다. 그렇게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을 수 있는 가산점제도를 노리고, 부부는 사기극에 동참한다.
영화는 현실적이다. ‘내 집 장만’의 꿈은 강남아파트를 꿈꾸는 가진 자만의 욕망은 아닐 것이다. 반지하와 옥탑방에서 시작하는 ‘행복한 신혼일기’는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특히나 젊은 부부에게는, 당사자에게는 말이다. 영화에서 곽민규의 엄마, 하정민의 시어머니로 나오는 강애심은 “너네들, 정말 아이 안 낳을 거니? 집은 살다보면 생겨.”라고 말한다. 젊은 사람에겐 그런 어르신의 충고보다, 브로커의 작전이 더욱 솔깃할 것이다.
영화 ‘딩크족’은 일종의 주택사기를 펼치는 평범한 신혼부부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다가 배 속의 아이(태아)가 커가면서 혼란을 더한다. 원래 부부는 아이를 지울(낙태) 생각이었다. 영화는 그 때부터 이 부부의 고민만큼 무거운 숙제를 안겨준다. 법의 맹점에 서서 불안에 떨던 부부는 이제 생명의 고귀함에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영화 ‘딩크족’은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괴담단편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작년 BIFAN에서 소개되었다. 많은 작품을 통해 ‘신뢰감을 전혀 주지 못하는’ 캐릭터라면 단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곽민규 배우는 이번에도 확실하게 그런 남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고민보다는 끝까지 내 집 마련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승민 감독은 ‘내 집’ 이야기를 하며 ‘두 아이’의 형상을 통해, 살아있는 사람과 살아남야할 사람, 살아갈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묵직하게 전해준다. 오늘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김승민 감독의 ‘딩크족’과 함께 비혼을 꿈꾸는 여성이 '난자냉동'에 나서는 김소이 감독/주연의 ‘마이에그즈’도 함께 시청자를 찾는다.
▷감독/각본:김승민 ▷출연: 곽민규, 하정민, 오민애, 강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