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독립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고훈 감독의 2019년 영화 [어멍]이다. ‘어멍’은 ‘엄마, 어머니’의 제주도 방언이다. 아마 올해 큰 화제가 되었던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본 시청자라면 ‘어멍’과 ‘아방’이 반가울지 모르겠다. 제주도가 배경이고, 제주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제주도의 바다와 제주의 뭍에서 펼쳐지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어멍’은 남편을 여의고 ‘해녀’ 물질로 힘들게 혼자 아이를 키운다. 아이는 커서 머리가 굵어지자 세상이 자기 것인 줄 알고 엄마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싸운다. 티격태격하고, 말다툼하고, 한숨 쉬고. 엄마는 아들이 언젠가는 철이 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과연 그럴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이들이 하는 대사는 전부 제주도 말이다. 자막도 없다. 어쩌면 외지인(?)은 대사를 100%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과 아들의 철부지 짓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들 율(어성욱)은 시나리오 작가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입봉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이다. 지금 노트북을 앞에 두고 열심히 쓰고 있는 작품은 ‘에로물’이다. 레퍼런스 삼아 보는 것도 전부 민망한 신음소리만 울려 퍼지는 작품들이다. “너희가 에로티시즘의 예술을 아냐?”며 오늘도 작품 완성에 매진한다. 해녀로 힘들게 돈을 벌어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놨던 엄마 숙자(문희경) 입장에서는 다 큰 아들놈의 짓거리가 한심할 따름이다. “어디, ‘변변찮은’ 일자리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느냐.” “결혼도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잔소리를 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멍’은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다. 암 말기 환자이다. 병원에서의 항암 치료도 거부하고, 그냥 살 것이라고 고집을 부린다. 엄마는 죽기 전에 아들을 어떻게 하든 건사하고 싶고, 아들은 어떻게 하든 엄마를 돌보고 싶다. 그렇게 바람은 불고, 파도는 치고, 제주의 밤은 깊어간다.
영화는 제주도 말의 운율에 맞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구성지게 부르는 숙자의 리듬에 맞춰, 아들 율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관객은 어느 순간 율의 시나리오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그게 완성되든 않든,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들의 마지막 시간들일 것이다.
어떻게 되냐고?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아들들이 KBS 독립영화관 ‘어멍’을 같이 보시길. 만약 놓쳤다면 웨이브, 티빙, 왓챠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문희경, 어성욱 등 제주도 네이티브 배우들이 펼치는 제주도의 삶과 죽음이다. 그게 가족이고, 그게 우리네 인생이다. 오늘(9일) 밤 11시 30분,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된다.
각본/감독:고훈 출연:문희경(김숙자), 어성욱(율), 김은주(애란), 염정훈(지훈), 김민경(은희), 이진성(혁수), 이지호(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