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관찰자의 시선에서 역사의 비극을 재구성한다. <영화는 영화다>, <고지전>의 장훈 감독은 외부인인 외국인 기자와 평범한 서울의 택시운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드라마로 불러냈다.
주인공 만섭(송강호)은 당시 서민의 전형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대학생들의 데모 때문에 도로가 막히는 것이 불만이고, "공부 안 하고 데모나 한다"며 혀를 차는 인물이다. 그는 밀린 사납금을 해결하기 위해 통금 전까지 광주를 다녀오면 거금을 주겠다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제안에 얼씨구나 길을 나선다. 하지만 군인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막아선 광주의 길목에서 그는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영화는 금남로의 피바다와 전남도청의 비극을 목도하는 두 남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군인들의 조준사격과 처참한 주검들이 피터의 카메라에 담기는 동안, 방관자였던 택시운전사 만섭은 역사의 목격자이자 당사자로 변모한다. 송강호의 천연덕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연기는 관객의 감정선을 파고들며, 광주의 아픔을 현재의 눈물로 치환한다.
장훈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뛰어난 스토리 전개 능력을 발휘하지만, 후반부 카체이스 장면 등 할리우드식 액션 설정은 영화의 역사적 무게감을 다소 희석시키는 아쉬움을 남긴다. 차라리 광주시민의 눈물과 도청의 총알 자국에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평론가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류준열 등 조연들의 빛나는 호연과 송강호라는 거대한 존재감은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할 '기억의 기록'으로 만든다. 광주에 피바람이 분 지 37년, 영화는 여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권력자들을 향해 침묵하지 않는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