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버디 무비의 조합은 ‘경력짱짱’ 노련한 형사와 ‘의기충만’ 신참이 좌충우돌+우여곡절 불협화음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세상의 부조리에 일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프랑스영화 <마이 뉴 파트너>, 강우석의 <투캅스>, 멜 깁슨의 <리셀 웨폰> 등 대부분의 형사물은 이러한 단짝 플레이로 적절한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하고 마지막엔 감동을 안겨준다.
이번에 개봉하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청년경찰>은 이런 전통적 조합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둘 다 신참이라는 것. 신참, 왕초보 둘이 모여 봤자 그다지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대신, 감독은 서로 다른 성격을 결합시킨다. 하나는 몸이 조금 먼저 앞서는 다혈질 행동파, 다른 하나는 머리가 좀 더 돌아가는 학구파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티븐 시걸과 맥가이버가 손을 잡는 것은 아니다. 둘 다 경찰대학 학생신분이라는 핸디캡과 함께 나름 장점도 갖췄다. 총은 없지만 총을 다룰 줄 알고, 무술 고단자는 아니지만 방검술 등은 기본으로 배운, 그리고 과학수사의 개론 정도는 배운 레벨로 등장한다.
김주환 감독은 <청년경찰>의 두 주인공을 소개하면서 절절한 가족사나 경찰투신의 원대한 포부 등을 드라마틱하게 밝히는 구태의연한 드라마의 오프닝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경찰학교 입소식 현장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 그리고 입소동기들과 경찰학교의 높으신 분들의 성향을 적절히 압축해 보여준다.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이 무슨 대단한 계기로 의기투합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식당에서 여분의 소시지와 훈련 중의 업어주기로 최고의 단짝, 최가박당이 탄생한 것이다.
‘청년경찰’은 확실히 ‘청년’에 방점을 찍지 ‘경찰’에 뽀인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박서준과 강하늘은 극중 또래답게 말하고, 나이답게 주말을 기대한다. 대사가 너무 유치해서 경찰대학생 수준을 의심할 만큼!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순수한 동료애와 청춘의 열정은 유감없이 전달된다. 영화의 초반부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완벽한 ‘신입’ 콤비플레이로 쉴새 없이 웃음을 안겨준다. 그러던 영화는 두 사람이 어떤 ‘강력사건’의 목격자가 되면서 ‘경찰 아닌 경찰’의 대활약상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청년경찰’에서 보여주는 사건은 잔인하고, 끔찍하다. 언젠가부터 국내 범죄영화에서는 빠져서는 안 되는 조선족 범죄조직이 나오고,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어떤 사건이 재현된다. 박서준과 강하늘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이 땅의 정의를 위해 기꺼이 두들겨 맞기를 마다않는다.
이 영화가 단순오락영화가 아닌 것은 ‘골든타임’이 아닌 ‘크리미널 아우즈’를 이야기하면서이다. ‘범죄의 대상이 된 실종자의 경우 높은 퍼센티지로 ’7시간 내‘에 살해당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25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감독은 ‘7시간’과 ‘약자’(납치된 여자가 여고생이다)의 경우를 굳이 스토리로 만든 것은 거대한 안전망 속에서 속절없이 스러져간 어떤 사건을 연상시키게 한다.
박서준은 이 영화 촬영이 끝난 뒤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을 연기했다. 어쩌면 같은 성격의 두 남자를 연기한 셈이다. 그만큼 그의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강하늘 또한 <스물>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열정 경찰대생으로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안겨준다.
이번 여름 극장가 의외의 복병이 <청년경찰>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7년 8월 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