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작은 섬, 하시마(端島). 군함의 외형을 닮아 '군함도'라 불리는 이 섬은 100여 년 전부터 일본 산업화의 심장이었으나, 우리에겐 해저 1,000m 막장에서 자유와 영혼을 박탈당한 조선인들의 한 서린 절해고도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면에 숨겨진 강제 노역의 비극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영화는 경성에서 딸(김수안)과 함께 끌려온 악단장(황정민), 주먹으로 일대를 주름잡던 소지섭, 위안부의 고초를 겪은 이정현 등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섬에 갇힌 조선인들을 비춘다. 이들은 갱도가 무너지고 가스가 새는 생지옥 같은 막장에서 탄을 캐며 나라 없는 설움을 겪는다. 여기에 특수 임무를 띠고 잠입한 OSS 요원 송중기의 등장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류승완 감독은 한수산의 원작 소설이 지닌 방대한 서사를 압축해 식민지 시대의 비인간적 본성과 민족반역자의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국뽕'의 틀을 넘어 중반 이후 <덩케르크>를 연상시키는 필사의 탈출극이자 강렬한 액션 영화로 변모한다. 좁은 섬 안에서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모를 대립 끝에 펼쳐지는 폭발적인 시퀀스는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군함도>는 단순히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옥 섬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우리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무게를 되새기게 한다. 특히 아역 김수안의 연기는 발군이며, 일본의 미온적인 강제노역 인정 태도에 묵직한 일침을 가한다. 영화가 보여준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진실이 궁금하다면, 한수산의 소설을 함께 읽으며 그날의 고통과 우리가 가져야 할 역사의식을 갈무리해 보길 권한다.ⓒ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