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포토퍼 놀란 감독, ‘미니버 부인’의 ‘라이언일병구하기’
쏟아지는 총알과 터지는 포탄 속에 병사들의 팔과 다리가 떨어져나가는 리얼한 상륙 작전을 보여준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1944년 6월 프랑스 서북부 해안 노르망디에서 펼쳐졌던 사상최대의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보다 4년 전,노르망디에서 북쪽으로 수백 킬로 떨어진 해안도시 덩케르크에서는 또 다른 전쟁의 양상을 보여준다. 히틀러의 나찌가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더니, 1940년 벨기에, 프랑스로 전선을 확대시킨다. 독일의 침공에 프랑스, 영국 연합군들은 덩케르크 해안에서 발이 묶인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철수를 결정한다.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 쪽으로. 해안 저쪽에서는 독일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고, 영불해협에서는 독일의 유보트가 어슬렁거리고 있으며, 하늘에선 전투기들이 기총소사와 포탄을 퍼붓고 있다. 그 해변에 철수를 준비 중인 40만 영불 군인이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이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사상최대의 작전을 펼친다. 덩케르크 해안의 40만 군인을 영국으로 철수 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어촌마을의 작은 배까지 총동원한 민군 합동작전이었다.
<다크나이트>와 <인셉션> 그리고 <인터스텔라>로 영화팬들을 흥분시켰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1940년 전쟁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영화 <덩케르크>는 106분 동안 육.해.공에서 이뤄진 전쟁의 모습을 숨 막히게 보여준다. 적의 총알에 고스란히 노출된 병사들, 바로 눈앞에서 침몰하는 구축함, (아이맥스!) 창공에서 격추당하는 전투기들. 해변에서 우왕좌왕하는 퇴각 군인들까지. 스필버그가 보여준 노르망디와는 또 다른 전쟁의 모습이다.
한국개봉을 앞두고 한국 취재진과 가진 라이브 콘퍼런스를 통해 놀란 감독은 “우리는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굉장히 어려운 극한의 상황이 왔을 때 하나로 뭉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 덩케르크철수작전에서 보여준 영국인들의 단합된 마음은 ‘일제식 전시총동원’과는 차원이 다른 일심동체의 애국심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미니버 부인>(Mrs. Miniver,1942)에 가깝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황홀할 정도의 SF를 만들다가 갑자기 <배달의 기수>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영국이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여하튼, 나라가 어려울수록, 아니 진짜 어려울 때는 개인의 안위는 뒤로 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할 것이다. 이마트 달려가서 생수 라면 사재기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목숨 바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전쟁에서 이기고, 궁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의 후손이 <다크 나이트>도 만들고 <인터스텔라>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통해 33만 8천 명의 병력이 무사히 해협을 건너 영국에 안착했단다. 이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노린 것이다. 그런데, 실제 철수병력의 80%는 작은 민간선박이 아니라 구축함이 실어 날랐단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금모으기 운동으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란 것은 다 안다. 그 심리적 응집력과 잠재력 애국심이 그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70밀리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었다. CG에 덜 의존하고,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실제 하늘에 띄우는 등 당시의 리얼한 모습을 화면에 재현시키려 애썼다고 밝혔다. 그것을 만끽하고 싶다면 새로 단장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아이맥스관을 한 번 이용해 보시라고 추천한다. 2017년 7월 20일개봉/12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