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처절한 혈투를 그렸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는 그보다 4년 전, 절망적인 퇴각의 순간을 조명한다. 1940년, 독일군의 압박에 밀려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 명의 영불 연합군. 하늘에서는 전투기의 기총소사가 쏟아지고 바다에서는 유보트가 어슬렁거리는 사지에서 영국은 민간 선박까지 총동원한 사상 최대의 철수 작전을 감행한다.
놀란 감독은 육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며 106분간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에 담긴 구축함의 침몰과 스핏파이어의 공중전은 CG를 배제한 실사 촬영 덕분에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이는 전쟁의 화려한 승전보가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본능과 연대감을 투박하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한다.
놀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극한의 위기에서 사회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이뤄낸 승리"의 메시지를 던진다. 실제 작전에서 병력의 상당수를 구축함이 실어 날랐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어선들이 도버 해협을 건너온 '덩케르크 정신'은 영국인들의 단합된 애국심을 상징한다. 감독은 황홀한 SF의 세계를 잠시 뒤로하고, 한 개인의 안위보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일심동체가 되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배달의 기수처럼 정직하게 복원해냈다.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생존의 드라마'에 가깝다. 70mm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아낸 광활한 해변과 고독한 공중전의 미학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용산 아이파크몰 같은 대형 아이맥스 상영관을 추천한다. 33만 8천 명의 병사를 구해낸 이 기적 같은 퇴각은 결국 반격의 불씨가 되었고, 인류가 다시 예술과 문명을 논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보여준 그 심리적 응집력이 곧 시대를 관통하는 진정한 힘임을 영화는 웅변하고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