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최청일 감독의 단편 <미망인>은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영화적 참맛과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정제된 매력을 훌륭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영화는 장례식장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젊은 미망인(유다인)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남편을 잃은 극한의 슬픔 속에서도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는 삶의 비속함과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며 극의 무게를 잡는다.
젊은 아내는 "서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남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어린 딸(안서현)과 함께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서해안은 하필 간조기라 끝을 알 수 없는 갯벌만 펼쳐져 있다. 유골함을 들고 뻘밭을 헤매다 넘어진 아내는 환상처럼 나타난 남편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이별의 과정은 지독하게 슬프면서도 상황이 주는 부조리함 덕분에 경쾌하고 코믹한 톤을 유지한다.
배우 유다인은 슬픔과 실소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바람에 날린 유골 가루를 얼굴로 받아내며 남편에게 "가끔 생각나면 딸애도 지켜봐 달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영화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카"만큼이나 강렬한 정서적 잔상을 남긴다. 여기에 <옥자>의 미자로 익숙한 아역 배우 안서현의 존재감도 극에 생기를 더한다.
영화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 <파리>처럼,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순간적인 자극이나 상황에 몰입하며 비극을 망각하고 다시 삶으로 회귀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본다. 슬픔과 결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을 보여주는 <미망인>은, 남겨진 자가 죽은 자를 잊고 다시 살아내야 하는 숙명을 제부도의 황량한 갯벌 풍경 위에 아름답게 수놓는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