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체험과 몰입에 특화된 뉴미디어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섹션을 통해 ‘망각을 기억하기: 김진아 VR 특별전’을 개최한다.
김진아 감독은 유학시절 자신의 몸과 일상을 관찰한 비디오 에세이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영상작업을 시작으로, 제33회 도빌아메리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두번째 사랑>(2007),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작 <파이널 레시피>(2014) 등을 연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진아 감독은 최근 몇 년간 체험과 몰입에 특화된 뉴미디어 매체의 특징을 활용하여 한국 역사에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사라진 여성들에 대한 기억을 신체적 체험을 통해 살려 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물을 이번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망각을 기억하기: 김진아 VR 특별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VR영화 <동두천>(2017), <소요산>(2021)이다.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받은 <동두천>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의 첫 작품으로, 1992년 주한 미군 병사가 저지른 실제 성매매 여성 살해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감독이 사건을 접했을 당시 받았던 충격과 부채의식, 그리고 그 사건을 재현하는 윤리에 대한 오랜 고뇌가 VR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선사할 것이다.
<소요산>(2021)은 <동두천>에 이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제27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가상현실 경쟁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실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요소를 융합한 몰입형 가상 현실 프로젝트인 <소요산>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감금하고 치료했던 ‘몽키 하우스’라는 수용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몽키 하우스란 1970년대 초, 성병에 감염되었다고 추정되는 위안부 여성들을 고립시키고 치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미군의 의약기술과 인력으로 운용한 감옥의 별칭이다. VR <소요산>을 통해 관객은 ‘몽키하우스’ 내부의 여러 시설들과 방을 둘러보고, 한미 양국의 사이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미국 위안부 여성들의 기억에 접속한다.
한편 특별전에서는 AR <증강현실 소요산>과 XR <확장현실 소요산> 도 체험할 수 있다. VR영화 <동두천>과 <소요산>이 주인공, 서사, 사건 등 스토리텔링이 있는 영화라면, <소요산>의 확장버전인 AR <증강현실 소요산>과 XR <확장현실 소요산>은 관객들이 직접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인(interactive) 작품들이다.
3D 모델링을 사용하여 공간을 아카이빙하고 재현하는 AR <증강현실 소요산>과 XR <확장현실 소요산>을 통해 ‘몽키하우스’의 외부와 내부를 관찰하고 직접 걸으며 한국사에서 기억되지 않는 여성들의 역사를 체험한다.
특별전의 연계 이벤트로 2022년 리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차재민 작가와 김진아 감독의 특별 대담도 마련된다. 대담은 이번 특별전에 상영·전시된 작품을 중심으로 신체와 장소를 매개하는 뉴미디어 체험, 특히 여성과 마이너리티 재현, 역사쓰기와 관련하여 뉴미디어가 확장하는 영역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또한 차재민 작가의 비디오 작업 <사운드 가든>과 <엘리의 눈>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망각을 기억하기: 김진아 VR 특별전’은 문화비축기지 T2에서 8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진행된다.
‘망각을 기억하기: 김진아 VR 특별전’으로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5일(목)부터 9월 1일(목)까지 총 8일간 개최된다.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