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큐브'(감독 시미즈 야스히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육면체의 공간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의문투성이인 규칙들로 이뤄진 방들을 넘어 탈출하기 위한 사투가 담긴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유명 청춘 배우 스다 마사키, 그리고 오카다 마사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는 인트로부터 한 의문의 남성이 미스터리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 방에서 다음 방으로 움직이다 결국 희생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전시한다. 이후 정육면체의 공간 속에서 서로 이름도, 정체도 모른 채 깨어난 인물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각자 다른 성격, 체격, 성별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이 왜 여기에 갇혀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휴식의 시간도 잠시, 정육면체 속 여섯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 움직여야 하는 상황 속에 놓이면서 전개는 급박하게 흘러간다. 그러던 중 옆방에서 넘어온 새로운 인물들과 합류하게 되며 점점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
영화 '큐브'는 1997년 빈첸초 나탈리 감독이 연출한 캐나다 호러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감독 교체를 감행하며 속편을 찍어냈지만 1편의 탄탄한 전개에 비해 부실한 개연성과 스토리텔링 스킬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던 시리즈물이다. 하지만 일본에 의해 영화 '큐브'가 리메이크되며 부활했다.
아무래도 '정육면체 형태의 방을 탈출하는 스릴러'라는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영화적 배경이나 촬영 세트에서 오는 참신함은 없다. 하지만 일본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에 맞게 달라진 등장인물과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전사, 전개되는 스토리, 색다른 연출 방식으로 인해 올라간 긴장감은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일본 대표 주연급이자 연기파 배우들로 불리는 스다 마사키, 오카다 마사키, 안, 사이토 타쿠미 등이 등장하기에 연기력에 있어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그중에서도 스다 마사키는 현재와 교차되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전율을 일으키는 극한의 감정 연기를 소화해냈다. 이로 인해 스릴러라는 장르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로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큐브 원작 또한 그랬던 것만큼 고구마 지수도 꽤 높다. 원작에 비해 전개가 느리고 등장인물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거나 내분을 일으키는 과정도 답답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가 '큐브' 시리즈가 지니고 있는 '인간 군상에 관한 메시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분투를 지켜볼 가치는 있다. 8월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