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도, 그렇다고 적을 피할 수도 없는 죽음의 열차가 출발했다. 이 열차에 탑승하게 된 브래드 피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영화 '불릿 트레인'(감독 데이빗 레이치)은 불운한 킬러로 유명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 분)가 대타로 맡게 된 임무로 인해 일본의 초고속 열차를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의문의 서류 가방을 회수하라는 미션을 받게 되고 상황은 쉽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그의 앞에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연인지, 우연인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최고의 킬러들이 하나둘씩 열차에 탑승한다. 결국 내리지 못한 그는 의문의 서류 가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는데, 그 사이 킬러들은 각자 자신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다.
킬러명 텐져린(애런 존순 분)과 레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은 백색 사신으로 알려진 일본 조직의 끝판 보스의 유괴된 아들을 되찾아오고 그에게 주려고 했던 서류 가방까지 회수하는 미션을 맡게 되지만 이내 멀쩡하게 살아있던 아들이 독살 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설상가상에 레이디버그가 가져가버린 바람에 서류 가방까지 잃어버리게 되어 백색 사신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레이디버그를 쫓기 시작한다.
영화 '불릿 트레인'은 절정의 미장센이 담긴 액션 신을 매분 매초 선사하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작품 자체의 전개를 떠나 저마다 다른 싸움 스타일을 지닌 킬러들이 열차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싸우는 장면들을 연출한 액션신은 '창의적이다'라는 표현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다. 과거에 있었던 싸움을 회상하며 등장하는 액션신 또한 마찬가지다. 미장센, 그 자체인 액션신은 각 캐릭터에 대한 고유성을 찾아주며 서사의 전개를 이어준다.
더불어 이 어렵고도 난해한 액션신을 소화한 배우들의 호연이 눈을 사로잡는다. 킬러 텐져린 역을 맡은 배우 애런 존슨은 '테넷', '어벤져스' 등의 대작들로 인지도를 넓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완벽한 킬러 텐져린으로 빙의해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다른 인물들을 대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프린스 역의 조이 킹은 넷플릭스 영화 시리즈 '키싱 부스'에서 풋풋한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킬러로서 무자비한 계략을 펼치며 작품 후반부에 벌어지는 반전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서사의 중심에 선다. 그때 펼치는 연기는 '키싱 부스' 때 본 그 풋풋한 소녀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의 동료 킬러 레몬 역의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또한 기관차 토마스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의 특성을 이용해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유머 코드를 심어놓는다. 이는 브래드 피트가 맡은 킬러 레이디버그와의 티키타카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잔인한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만들어내는 코미디 장면들은 관객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순간들을 제공한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인 만큼 잔인한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심약자와 임산부의 시청 자제를 권고하지만 혹여나 이러한 실제와 같은 피 튀기는 액션신에 갈증을 느꼈던 이라면 '불릿 트레인'에 탑승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월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