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과 동시에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선 김수현 주연의 <리얼>은 신인 감독의 치기 어린 실험정신과 파격적인 비주얼이 혼재된 기이한 작품이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다룬 <23 아이덴티티>를 떠올린다면 이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수현은 이 영화에서 조폭 보스인 '수트 장태영'과 소심한 르포 작가 '뿔테 장태영', 그리고 의문의 마스크맨까지 넘나들며 1인 다역의 열연을 펼친다.
영화의 모든 혼란은 마약에서 기인한다. 장태영의 자아 분열과 주변 인물들의 기괴한 행보는 사실 마약이 만들어낸 환상이자 상상의 산물에 가깝다. 이성민이 연기하는 심리치료사는 "둘 사이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죽이는 것"이라며 파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감독은 애브라함 매슬로의 동기부여 이론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 속 필립 말로우를 인용하며, 거칠면서도 신사적인 남성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낸다.
김수현은 겁쟁이부터 양아치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지만, 본연의 미소년 이미지 탓에 <레옹>의 게리 올드만 같은 압도적인 잔인함보다는 강인한 남자가 되고 싶은 소년의 갈망이 더 크게 읽힌다. 이는 설리의 파격적인 노출이나 자극적인 섹스 신조차 연약한 중독자의 절망적인 몸짓으로 보이게 만드는 한계를 낳는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긴장감이 급락하며 영화는 정체성 싸움의 늪으로 빠져든다.
조연진의 활용도 아쉬움을 남긴다. 성동일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중국 자본을 의식한 듯 항저우 요리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말투는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는 등 설정상의 부조화를 보여준다. <리얼>은 결국 마약 탐사 취재 중 중독에 빠진 한 남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탐미적인 파멸극이다. 비주얼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서사의 빈틈이 못내 아쉽지만,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도전 정신만큼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