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다시금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매년 찾아오는 기림의 날이 무색하게도 제자리걸음일 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기림의 날 대신 해결의 날, 사과의 날은 언제 찾아오는 것일까.
영화 '코코순이'(감독 이석재)는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미얀마에서 발견된 조선인 포로 20명을 심문한 보고서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왜곡된 기록과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작품이다.
이는 KBS 탐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팀과 제작팀이 참여하고 이석재 기자가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1, 2부를 통합해 영화화한 작품으로 함양으로부터 시작해 제주, 미얀마, 파키스탄, 미국, 호주를 거쳐 세계 각지에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발굴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가수 이효리가 직접 작사, 작곡을 맡은 엔딩 음악 '나를 잊지 말아요'으로 힘을 더했고 ‘겨울왕국’의 박지윤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합류했으며 ‘나의 해방일지’, ‘스카이캐슬’ 박정은 음악감독, ‘별에서 온 그대’ VFX, ‘생로병사의 비밀’ 팀이 Visual Effect를 담당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코코순이'는 1944년 8월 붙잡힌 조선인 여성들이 연합국의 포로가 되어 통역이 없는 상태로 심문 받았던 기록인 미 전시정보국 49번 심문보고서에 남겨져 있던 20명의 이름 중 하나다. 제작진은 순이라는 이름과 코코를 '보코', 즉 박이라는 성을 일본어로 발음했을 수도 있다는 한 가닥의 실마리를 가지고 보고서 속 그의 존재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일본 극우단체의 지지를 받는 유튜버인 일명 텍사스 대디와의 인터뷰,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을 매춘부라고 폄하한 논문을 발표해 지탄을 받았던 하버드 법대 교수 마크 램지어의 모습까지도 담는다. 역사를 마주하는 그들의 뻔뻔하고 분노를 유발하는 만행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생존자들의 생채기를 또 한 번 건드린다.
이 작품은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위치를 보여준다. 제대로 된 인정과 사과를 원하는 것일 뿐인데 역사는 흐르고 있지만 인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왜곡된 문서의 진실이자 되돌아봐야 할 역사를 알리는 이 작품이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에게, 그리고 해결의 의지를 이어나갈 다음 세대에게 강력한 울림의 초석이 되길 바랄 뿐이다. 8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