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레이 맨'(감독 앤서니 루소, 조 루소)은 CIA의 시에라 프로젝트에 속해 비밀 요원으로 살아가고 있던 식스(라이언 고슬링 분)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CIA의 어떠한 비밀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때 범죄자였지만 감형을 위해 CIA에 협조하기로 한 식스, 자신의 앞길에 대한 미래나 희망이 없는 채로 살아가던 그에게 시에라 프로젝트란 어쩌면 희망과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가 바라본 CIA 임원의 잔혹한 만행은 더 이상 시에라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그 증거를 가지고 있는 식스를 가만두지 못했던 CIA는 최후의 수단으로 통제 불가능하지만 최고의 킬러인 사이코패스 로이드를 고용하여 식스를 죽이려 한다.
이 작품에서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는 매력은 액션신이다. 해외 로케이션을 통한 촬영을 진행한 만큼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눈을 사로잡기에 이미 충분하며 그에 더불어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 적들과의 사투는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연출에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을 넣어 아시안 관객들의 원성을 사는 영화도 있으나 이 작품은 첫 대규모 임무부터 방콕의 한 빌딩에서 시작하는데도 그러한 위화감이나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해 파티에서부터 그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힌 엑스트라를 등장시키거나 갖가지 국적이 다른 미술 소품들을 영화 세트에 걸어놓으며 비난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것을 확실히 배제하며 균형을 지켰다.
더불어 이 오리엔탈리즘을 액션신에 있어서 멋지게 활용했다. 갑자기 사무라이 칼이 등장한다던가, 은닉 무술을 사용하는 닌자가 등장하는 것 대신 액션신의 배경을 (아시아 문화권 행사 때 많이 쓰는) 폭죽을 터뜨리는 이벤트 장소로 설정했다. 폭죽이 터지는 사이를 오가며 의문의 적과 함께 대결을 펼치는 액션신은 압도적이다. 폭죽이라는 소재를 액션에 스며들게 한 센스 있는 연출 또한 과감하다.
더욱 칭찬하고 싶은 점은 캐릭터에 대한 확실한 묘사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시에라 식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사이코패스 킬러 로이드의 캐릭터는 대조되며 동시에 각자의 매력을 뿜어낸다. 먼저 시에라 식스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클리셰처럼 비칠 수 있는 킬러의 모습을 탈피하고 그레이맨이라는, 범죄자 출신이지만 CIA 미션에 투입되는 회색 지대에 속한 인물로서의 내적 갈등에 대해 훌륭하게 연기했다.
로이드의 경우, '어벤져스'에 속한 캡틴 아메리카의 이미지는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의 콧수염을 장착한 외적인 변화와 동시에 그가 지닌 사이코패스 성향을 표현하기 위한 연기에 대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는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사람을 보지도 않고 동료에게 총을 쐈던 조커의 모습처럼, 로이드 또한 그레이맨을 제보한 이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총을 쏴버리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그 사람이 지닌 가치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CIA의 비밀을 알게 된 킬러, 그리고 그 킬러를 쫓는 또 다른 킬러. 이때까지 개봉한 영화들에서도 많이 나온 설정들로 클리셰의 향연일 것 같지만 그 의심이 불식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임을 자신한다. 넷플릭스 7월 13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