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구르고 맞고 넘어진다. 쉴 새 없이 그녀의 얼굴에는 생채기가 나고 온몸은 흙먼지에 뒤덮인다. 거의 영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는 듯한 극한의 고생기를 겪는 이정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영화 '리미트'(감독 이승준)는 아동 유괴사건이 일어나며 피해자 엄마 대역을 맡게 된 경찰 소은(이정현 분)이 자신의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긴 채 일에 전념하던 중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모자 가정에서 자신의 아들을 더없이 사랑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던 그는 생활안전과에 근무하지만 갑작스러운 호출로 엄마 대역이라는 일을 맡게 되고 아들과 떨어져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쇼크로 인해 쓰러진 실제 피해자의 엄마를 보며 자신의 아들을 투영하게 되는 그는 '이게 만약 자신의 일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소은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로 모든 상황의 판도가 뒤바뀐다. 소은의 아들마저 납치한 납치범은 자신의 유괴 사건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소은을 무기로 사용하려 들고 만만치 않았던 엄마 소은은 자신의 아들을 되찾기 위해 경찰들도 따돌린 채 혼자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배우 이정현의 고생길은 사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반도', '군함도' 때부터 익히 보아왔다. 선량한 미소, 누구에게나 친절할 것만 같은 인상이지만 그는 자신이 처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때로는 한 인간으로서, 때로는 엄마로서 격전에 뛰어든다.
그러기에 작품 내내 쉴 틈 없이 액션신을 소화해 내는 이정현의 노고는 감탄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액션은 전문적인 액션이 아니다. 경찰이긴 하나 강력반에서 일하는 형사가 아니기에 그가 휘두를 수 있는 무력은 거의 0에 수렴한다. 그저 절박함 하나로 산에서 구르고, 쇠 파이프로 뒤통수를 맞고, 자신보다도 몸집이 큰 남성과 완력으로 대결을 하기까지 이른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아들을 쫓아간다.
물론, 짧은 러닝타임 내에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설명해야 했기에 캐릭터들의 전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점, 그러기에 이정현이 맡은 소은의 캐릭터 또한 배경 설정이 탐탁지 않은 점이 걸린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자신의 아이를 건드리면 끝까지 쫓아가 죽여버리겠다는 이정현만의 무자비한 모성애 연기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잔인한 장면과 대사가 많으니 심약자와 임산부는 시청 자제를 권고한다. 8월 3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