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에서 수많은 명대사를 훌륭하게 표현한 형사 해준 역의 박해일이 이번에는 이순신으로 한산도 앞바다에 나타났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2014년 극장가를 점령했던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으로 1592년 4월 임진왜란 발발 이후 단 2주 만에 왜군에게 한양 전체를 뺏길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 속 이순신(박해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이순신은 선조마저 의주까지 피신하며 한양을 포기하는 상황 속에서도 한양을 구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술을 준비한다. 왜군의 규모에 비해 턱없는 병력, 그리고 이전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까지... 출정에 어려움이 가득함에도 그는 최소한의 병력으로 최대한의 전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린다.
한편, 연이은 승리로 자신감에 차 있던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는 이순신을 처치하기 위해 철갑선을 이끌고 한산도 앞바다로 향한다. 조선의 바다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은 이에 대비해 적들을 유인해 궤멸시킬 기발한 작전을 시작한다. 이 역사는 바로 1592년 여름, 음력 7월 8일의 한산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한산도 대첩이다.
대한민국에서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자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자 이 인물을 영화로 연출하려 했을 때 매우 신중해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그 과정을 훌륭히 해냈다. '명량'부터 '한산'까지,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이순신은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뿐만이 아닌 그가 매 전쟁을 치를 때 느꼈던 세세한 감정까지도 보일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게다가 매 작품마다 연출되어온 해상 전투신은 완벽에 가깝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이순신 사이에 세워진 묘한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전투신이 압권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계획에 서로 비장의 카드를 하나둘씩 내어가며 전투를 이어나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관객들의 손에도 땀을 쥐게 만든다.
더불어 CG 술로 표현한 역사 속 존재했던 거북선의 아우라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마치 해상 괴물이 나타나면 도망치는 만화 '원피스' 속 해적들처럼, 왜군들은 그 압도적인 자태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린다.
특히 이번 '한산: 용의 출현'에는 배우 안성기, 손현주, 김성균, 김향기, 택연, 공명 등 연기 내공이 상당한 배우들이 등장해 한국 영화사의 집대성을 보는 듯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는 마치 조선판 어벤져스의 느낌인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겨"라는 말을 절로 내뱉게 만든다.
결말이 정해진 역사적인 사실임에도 왜 이리 마음이 벅차오를까. 바라보기만 해도 국뽕에 차오르는 박해일의 이순신 연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해상전투신을 보고 싶다면 바로 극장가에 달려가 '한산: 용의 출현'을 찾길 바란다. 7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