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신드롬급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ENA채널의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체 16부작 가운데 8회를 방송한 가운데 피디와 작가가 나서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밝혔다. 그와 함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다루면서 느낀 감정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기자간담회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유인식 감독은 SBS 드라마 '자이언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 '배가본드'를 연출했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박은빈의 명연기로 세상의 편견,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우영우의 도전이 안방극장에 따스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유인식 감독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우리 작품은 평양냉면 같은 것이다. 입소문을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와 같이 열화 같은 성원을 보내줄지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 영화 증인의 지우와 드라마 '우영우'의 영우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는 정우성, 김향기 주연의 영화 ‘증인’의 시나리오를 썼었다. 극중 주인공 지우(김향기)가 자폐가 있는 역할이었다. 문 작가는 "3년 전 (제작사) 에이스토리에서 날 찾아왔다. '증인'을 재밌게 봤다면서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이야기를 16부작으로 만들었을 때 재밌을 것 같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가능하고, 재밌을 것이며 내가 쓴다면 잘 쓸 것 같다'고 대답했었다."고 밝혔다.
문 작가는 이에 덧붙여 “'증인'의 지우가 성장해서 영우가 된 건 아니다. 지우와 영우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했다기보다는 평행구조 속에서 지우는 지우대로 영우는 영우대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지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방사수하며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다. 또 영우의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 해도 비난받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지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헀다.
‘법조드라마’에 ‘자폐’라는 소재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을까. 문 작가는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가족이나 주위에 그런 사람은 없다. 영화 ‘증인’을 쓸 때 스릴러 영화를 구상했었다.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고,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한 자료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 때 자폐인들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되었다. 엉뚱함, 정의감, 올곧음, 특정한 분야에 대한 엄청난 지식, 시각화나 패턴화하는 것들까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다. 물론 모든 자폐인들이 이런 특성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런 특성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피디와 작가는 공통적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을 거듭 밝혔다.
유 감독은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시청자들이라면 이제 알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우영우는 우리가 부여할 수 있는 특성과 최고의 스펙을 추가한 것만큼 절대 대표적인 인물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드라마
문 작가도 "제작진들 또한 캐릭터의 긍정적인 모습이 많이 부각된 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자문 교수님이 처음 대본을 보고 한 말이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마음에 든다'였다. 자폐 스펙트럼의 장점에 가까운 부분이 얼마나 대단하고 매력적인지 그 점에 초점을 맞춘 부분을 지지해줬다. 덕분에 힘을 받아서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며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불가능할 정도로 개연성이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으로 디자인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우영우와 같은 인물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드라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감독과 작가는 두 시간에 걸쳐 상세하게 답변을 했다.
제목에 붙은 ‘이상한’에 대해 문 작가는 "우영우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것은 낯설고 이질적이며 피해야 할 것 같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는 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우영우 패러디'에 대해 유 감독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편안하진 않다"며 ”이들이 자폐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면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과 떨어져서 어떤 행동만을 부각한다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고 오해의 소지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 동그라미와 김밥, 그리고 박은빈
주현영이 연기하는 친구 동그라미에 대해서는 “자폐인들이 동그라미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은 건 아니다. 영우보다 독특한 캐릭터였으면 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감독님과 여러 후보를 두고 고르다 정한 이름"이라고 밝혔다.
‘우영우 김밥’에 대해 이야기 하며 현장 느낌을 전했다. “박은빈이 김밥을 먹는 장면이 많다. 박은빈은 먹어야 하는 신에서는 꼭 진짜로 먹으면서 연기한다. 일부러 점심을 굶고 와서 김밥을 먹으면서 연기하기도 한다. 장면에 따라서 많이 먹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는 김밥을 얇게 썰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잡기 쉽게 세로로 먹었던 거 같고, 구내식당 김밥 같은 건 두께가 달라서 가로로 잘 집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가로세로 플레이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은빈의 합류를 위해 1년을 기다렸다는 유인식 감독은 이날 박은빈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장면에서 박은빈 아이디어가 더해지지 않은 신이 없다. 현장에서는 박은빈이 연기하는 걸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 이 세 단계를 거칠 뿐이다. 거기에 아주 약간의 아이디어를 가미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문 작가는 “대형 로펌에 우영우라는 인간이 던져진다면 그 주변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많이 고민했다. 영우는 배려가 필요한 약자이기도 하지만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천재인 강자이기도 하니 영우 주변 인물은 분명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누군가는 최수연처럼 반응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권민우처럼 역차별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그려내려고 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어떤 말을 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편이다. '누구처럼 살지 맙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사를 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권민우’에 대해서는 “권력에 민감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이름을 권민우라고 신경 써서 지었다"고 덧붙였다.
● 고래의 탄생
마지막으로 우영우의 빠질 수 없는 친구 ‘고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감ㄷ고님이 8회 대본 쓸 때 영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자폐인은 특정 대상에 빠져들어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서 공룡, 기차, 자동차 등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가 고래를 선택했다"면서 ”고래는 일단 멋있고, 시각적으로 드라마의 미장센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1화부터 다시 돌아가 고래를 끼워 넣는 작업을 했다. 중요한 순간에 튀어 나오는 고래 장면들이 다 나중에 삽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지원 작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순두부 계란탕’ 같은 밝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지만, 그 안에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따르지 않는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 유 감독님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밀고 나가주셨기 때문에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좋은 이야기로 시청자들과 풍요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며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매 회 시청률을 갱신하며 새로운 '봄날'을 만들어가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9시 10분 ENA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