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의 영화화 작업이다. 지난 22일 원작이 된 소설 [미키7]이 황금가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미키7]은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먼 미래,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개척단에서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 (소모인력)인 ‘미키7’이 탐사 도중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던 미키는 죽어도 복제인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되지 않고, 결국 가까스로 기지로 생환하지만 이미 자신의 예전 기억을 갖고 되살아난 ‘미키8’을 만나게 된다. 가뜩이나 상류층과 엘리트로 구성된 개척단에서 하층민 출신인 미키를 밥벌레 정도로 여기던 사령관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둘 다 죽임을 당할 상황. 둘 중 하나가 죽든가, 아니면 모두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수많은 SF에서 흥미롭게 다뤄왔던 여러 철학적 주제들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한편, 인류사를 바탕으로 창안한 우주 개척사와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미래 설정, 그리고 긴장감과 유머를 적절히 혼합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은 [시체와 폐허의 땅],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등을 번역한 배지혜의 번역으로 출판사 황금가지를 통해 지난 22일 출간되었다. 한편 소설 『미키7』의 후속작이 2023년 발표될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는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를 연기한다.
다음은 ‘황금가지’가 공개한 저자 에드워드 애슈턴의 인터뷰 전문이다.
Q. <미키7> 의 복제된 인간이 계급의 하층민 역할을 하여 착취당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에드워드 애슈턴: 저는 최소 17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적 질문인 순간이동 역설에 오랫동안 심취했었따.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마음을 다른 신체에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결과로 만들어진 사람은 실제 여러분인지 아닌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 역설을 체화한 인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소설가로서 저는 제가 만든 등장인물들을 증오할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다. 그러다가 익스펜더블이라는 개념을 생각했고, ‘미키’가 탄생하게 되었다.
Q. 봉준호 감독이 작품을 컨택하게 된 과정을 들을 수 있는지.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 의 초고를 완성한 건 2019년 말이었다. 출판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이전시가 브래드 피트의 ‘플랜 비’에 건넸고, 봉 감독과 <옥자>를 같이 제작했던 ‘플랜 비’가 그가 영화화의 적임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봉 감독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저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데 영화화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정말로 놀라운 대화였다.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저보다도 제 책을 더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제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졌다. 제 이야기로 봉준호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주 기대가 크다.“
Q. 주인공인 미키7이 미키8과 함께 방을 공유하며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기생충> 이 떠오르기도 하고, 얼음행성에서 영양분 재활용 같은 설정은 <설국열차>가 떠오른다. 특별히 작품에 대하여 봉준호 감독이 남긴 코멘트가 있는지.
▶에드워드 애슈턴: 봉준호 감독과는 <미키7>말고도 많은 것들에 대해 두 시간 정도 긴 토론을 했었다. 현재 우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나 계급 갈등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을 포함해서 광범위한 이슈들에 비슷한 관점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머 감각도 서로 비슷하고 현대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예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Q. 본인이 양자물리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계신데, 그러한 지식이 본 작품에 영향을 준 부분들이 있는지.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려고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에드워드 애슈턴: 작품을 쓰면서 항상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로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 사이에서의 균형을 추구한다. 독자들이 과학적 오류 때문에 흥미를 잃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상 필요에 의해 과학적 사실을 과장하는 정도이지, 그 이상 선을 넘지는 않는다. 반물질에 대해 쓴 내용이 있는데 그건 거의 100%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묘사한 격납시스템 (작중 시체 등을 반물질로 처리하는 시스템)은 순전히 판타지이다. 독자가 제 이야기를 통해 약간의 과학 지식을 얻게 된다면 그건 그냥 보너스일 뿐이다.
Q. 작품에 영향을 준 영화나 소설이 있는지. 영화나 소설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가 사는 우주는 1970년대에 조지 R. R. 마틴이 쓴 SF소설 시리즈에서 어느 정도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 중에서 <빛의 죽음>(Dying of the Light)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다른 작품들도 그에 못지않게 좋지만 <빛의 죽음> 이 최고이다. <미키7>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마 <빛의 죽음>도 좋아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Q. 작품 속에 나온 역사적 사건 중에서 자신의 복제인간으로 행성을 점령한다는 설정이 매우 충격적이고 무섭기까지 하다. 개척민들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창안하게 되었나.
▶에드워드 애슈턴: 역사적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니플하임에서 미키에게 생긴 일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거나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어떤 면을 논평하고자 만든 이야기이다. SF소설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바로 독자들이 각자의 감정적 맹목을 배제한 채 오늘날의 문제들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만약에 오늘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식민주의의 사악함을 풀어낸다면 많은 독자들은 고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여러분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천년 후 미래에 50광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똑같은 이슈를 다루면 말할 기회를 공정하게 줄 것이다.
Q. 복제인간의 설정에 대해 <스타 트렉> 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좀더 자세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가.
▶에드워드 애슈턴: <스타 트렉>의 특정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스타트렉> 의 전송기가 영감을 준 아이디어였다. <스타 트렉> 시리즈를 통틀어 전송기가 이야기 흐름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제 눈에도 전송기라는 시스템은 실제로 누군가를 ‘전송’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아주 확실했다. 한쪽 끝에서 사람들을 녹이면 다른 쪽 끝에서 완전히 똑같이 복제해내는 시스템이었다. 그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을 따지면 어떨까? 그들은 세포 수준으로 조각조각 찢어지는 순간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Q. 후속작에 대해서.
▶에드워드 애슈턴: 속편의 제목은 ‘Antimatter Blues’이다. <미키7> 의 사건이 있고 약 1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미키7> 에 비하면 역사와 철학을 좀 덜어내고 거기에 액션을 약간 더 넣은 모험 이야기이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크리퍼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크리퍼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들이 새로운 인간 이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배울 기회가 될 것이다.
[자료제공=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