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왔다. 가끔은 죄수들이 인간의 몸에서 나왔는데 그걸 탈옥이라고 했다.” - 외계+인 1부 (2022, 최동훈 감독)
최근 개봉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그동안 한국 영화가 축적해온 상상력과 기술력이 최대한 응집된 SF물이다. ‘외계+인’을 보면 그동안 많이 보아온 영화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런 영화를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선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외계인과 지구인’의 접촉방식, 이유이다. 최동훈 감독의 콘셉트는 외계인들이 오래 전부터 그들의 죄수를 인간에 몸에 가두었단다. 이것은 베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컨셉은 오래 전에 나왔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보디 스내처’(Body Snatcher)이다. 존 피니가 1954년 발표한 공상과학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56년 돈 시겔 감독에 의해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다. '신체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다.
영화는 캘리포니아 산타 미라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을 다룬다. 한 남자가 병원에 구금되어 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이곳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일스 베넬(케빈 맥카시)은 마을의 의사이다. 언젠가부터 환자 중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증세를 보인다. “우리 아빠가 아빠가 아닌 것 같아요.”, “삼촌이 조금 이상해요.”, “얼굴은 같은데,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정신과 의사로서 보기엔 대중 히스테리, 집단 망상증으로 보인다. 여자친구였던 베키 (데이나 윈터)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상한 현상이 조금씩 퍼질때, 친구 잭(킹 도노반)의 집에서 괴이한 물체를 목격하게 된다. 온실에서 커다란 씨앗(pod)이 있고, 씨앗이 발아되면서 그 안에서 뭔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의 형태였다.
알고 봤더니 이 씨앗은 머나먼 외계에서 지구까지 날아온 ‘씨앗’(포자)이고, 이것이 어딘가에 자리 잡으면서 주위 사람(지구인)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이다. 형태와 기억까지. 만약,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잠 들면, '그 사람'은 죽게 되고, 이제 그 외계인이 ‘복제품이 되어’ 그 지구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외계 생물체의 지구인 습격에서 벗어나기 나기 베넬과 베키는 필사적으로 산타 미라를 벗어나려 한다. 이미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외계생명체’로 탈바꿈한 상태이다. 잠들면 절대 안 된다!
존 피니의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바디 스내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외계인 침공’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새로운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결말은 원작과 영화가 다르다. 영화가 조금 더 세련되게 마무리된 것 같다. 요즘 다시 만들어진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될 여지가 있다.
존 피니의 소설은 이후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우주의 침입자’(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78) , 아벨 페라라 감독의 ‘보디 에일리언’(Body Snatchers,2993), 그리고 니콜 키드먼-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인베이전’(The Invasion,2007) 등 몇 차례 더 영화화 되었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에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56년 ‘신체강탈자의 침입’을 보면 당시 미국을 휩쓸었던 반공주의 열풍, 매카시즘의 광기에 대한 은유를 읽을 수 있다.
‘외계+인’에 대해 실망하셨거나, 좀 더 외계인의 정체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면 찾아보시길. OTT에서 한두 작품씩은 올라와 있다. 참, 이 영화는 흑백영화이다. # #영화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