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영화제에서 소개된 솔린 유수프 감독의 <지붕 없는 집>은 이라크령 쿠르드 지역의 비극적인 역사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삼남매의 여정을 통해 그려낸 수작이다. 감독 본인이 아홉 살 때 독일로 망명했던 경험이 투영된 이 영화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고향 이라크로 돌아온 세 남매의 고단한 귀향길을 따라간다.
평화롭던 쿠르드의 한 가족은 미사일 포화 속에 뿔뿔이 흩어진다. 세월이 흘러 독일에서 성인이 된 알란, 얀, 리야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전쟁 중에 죽은 아버지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받든다. 어머니의 관을 싣고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전쟁의 상처가 깊고 군인들의 바리케이드가 앞길을 막는 험로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남매는 고향을 떠난 상처만큼이나 서로에게 신경질적이고 소원하지만, 척박한 땅을 가로지르며 점차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간다.
영화의 배경에는 '알 안팔 작전'이라 불리는 1988년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인종학살 비극이 깔려 있다. 당시 독가스까지 동원된 무차별 학살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생존자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야 했다. 전 세계 2,500만 명에 달하지만 터키, 이란, 이라크 등으로 갈가리 찢겨 자기 땅을 갖지 못한 쿠르드족은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민족' 중 하나로 불린다.
솔린 유수프 감독은 이 슬픈 역사를 개인의 가족사로 치환해 묵직한 울림을 준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간신히 고향에 도착한 삼남매가 TV 뉴스를 통해 IS에 의해 자행되는 또 다른 대량학살 소식을 접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지붕 없는 집>은 지붕을 잃고 떠도는 쿠르드 민족의 운명을 은유하며, 아랍권의 현실이 얼마나 가혹하고도 현재 진행형인지를 뼈아프게 증명한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