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메워온 배우 류준열이 이번 여름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전우치'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으로도 미리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서 고려 시대 배경의 주인공이자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메인 캐릭터인 무륵을 맡은 그는 완성도 높은 도술만큼이나 함께 갈고닦은 연기력으로 또 한 번의 캐릭터 변화에 도전했다.
Q. 영화 '외계+인 1부' 언론시사 이후 호불호가 갈리는 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시간대도 다르고 도사와 외계인이 나오다 보니 혼란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한 인물을 따라가는 서사가 편하고 공감도 잘 되는 것이 맞고 대부분의 영화가 실제로 그렇다. 관객들이 소통을 해야 하기에 이런 지점들이 있는 것인데 '외계+인 1부'는 어떠한 화자나 인물이 명확하게 존재한다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 '외계+인'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고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2부가 아직 안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인간의 인연, 운명,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화자를 중점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영화는 관계들만으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인연에 대한 소중함, 인간에 대한 무언가를 많이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이안이 "인간이 해결할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난 그 대사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Q. 신인 때부터 최동훈 감독의 팬인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최동훈 감독과 만났다.
'범죄의 재구성'을 그 서른 살 즈음의 나이에 찍었다고 점이 놀라웠다. 그 영화를 보면 감독님의 취향과 성격이 드러난다. 영화에 이런 것이 나오면 망한다는 장치들이 조금씩 있지 않나. 회상 장면이 나오면 유치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회상이 굉장히 중요한 장치로 자리 잡아 있다.
"남들이 이런 걸 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을 더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외계+인'도 나온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와야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고, 외국에서 할 수 없는 K-콘텐츠만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그와의 꿈에 그리던 협업은 어떠했는가?
인간을 향한 탐구가 엄청나신 감독님이다. 나는 테크니컬한 문제를 떠나 감독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감독님은 순수하다. 순수하다는 단어에 대해서 우리가 오해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억양이 다르면 안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의미로 그는 정말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이다. 영화에 대해서 그렇다.
인간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 마치 여기서 부산까지 가면서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KTX를 탈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동훈이라는 사람은 이야기를 최대한 순수하고 순진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그것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영화에 묻어난다.
Q. 고려 시대 배경과 현대 배경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맨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심정이었는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2부까지 읽고 나니 최동훈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은 '외계+인'을 두 번 보면 확실하게 이 부분을 더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대사가 지닌 말맛이 중요한데 점점 뒤로 갈수록 중요한 대사가 많을 것이다. 유머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는 목적에 있어서 담긴 메타포를 발견할 수 있기에 완결되는 2부가 기다려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초반의 어리바리한 무륵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변화에 있어 어떠한 차이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는가?
기본적으로 성장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인공은 변해야 하고 끝까지 똑같은 인물이면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다. 변하는 지점을 배우가 잘 표현했을 때 좋은 배우라는 것을 학교에서 많이 배웠다. 변하는 역할과 변하지 않는 역할이 있다면 변하는 역할을 선점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륵은 최고의 역할이었다.
어떤 작품은 세 개를 동시에 같이 촬영하기도 하지만 '외계+인'의 경우에는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다. 그때 쏟아부으려고 했는데 현장에 가서야 즐기고 유쾌하게 찍는 것이 더 좋은 오케이 컷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기보다는 함께하는 배우들과 가볍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좋다고 느꼈다.
Q. 이야기를 할수록 배우 류준열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은가?
문득 스포츠 선수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것 또한 열심히 해서 문득 깨닫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열심히 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일 아닌가. 스포츠를 즐기고 응원하고 공감하는 편인데 배우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다가 지칠 때 즈음 정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Q.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비상선언',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극장가를 찾아오고 있고 어떻게 보면 경쟁자지만 또 어떻게 보면 얼어있던 영화계에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외계+인 1부'를 선보이는 가운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영화에 다 아는 배우님들이 계신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참으로 극장이 소중하다고 느꼈다.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것, 그 방식에서 영화를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다 같이 보라고 만든 작품이 극장에 나오는 것에 대해 즐겁고 기쁘다. 팬데믹 상황으로 힘들어질 때 극장에 와서 가볍게 보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고 많은 영화배우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깊게 생각할 것이다. 한국 영화를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