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재미있는 캐치프레이어를 내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BIFAN에서는 268편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그 중 139편이 OTT인 웨이브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었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고혜진)도 그중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JTBC 산하 프로덕션인 SLL(스튜디오룰루랄라) 작품이다. 곧 JTBC에서 단막극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요즘 콘텐츠 제작과 유통 방식이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JTBC드라마 [검사내전]의 서자연 작가와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조연출이었던 고혜진 피디가 손을 잡을 작품으로 정려원, 이정은, 장진희 등이 출연한다.
함박눈이 내린 산간마을 작은 병원에 차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것은 피투성이 여자 둘이다. 칼에 찔려 정신을 잃은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언니라 부른 도경(정려원)이다. 경찰 현주(이정은)는 도경으로부터 사건 진술을 받지만 횡설수설하는 것 같기도 원래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도경의 진술은 이렇다. 시골 외딴집에 홀로 지내고 있는데 언니가 형부 될 사람이라며 정만(강정우)이라는 남자와 찾아왔다는 것. 그런데 그날 밤 이 형부가 폭력을 휘둘렸고, 도망가려다가 언니가 칼에 찔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찾아간 집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다. 도경의 진술, 그리고 칼에 찔린 여자의 이야기, 현주가 찾아낸 증거, 현장이 말해주는 것들이 제각각이다. 현주는 경찰의 촉을 발휘하여 동료경찰 용재(이휘종)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챕터별로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이 진술된다. 현주는 진술과 증언,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의 행동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고든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눈 덮인 산골에서 벌어진 ‘긴급한 사건’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이야기하는 듯하더니, 곧장 더 깊은 내막이 있는 정서적 학대를 다룬다. 경찰인 현주는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에 더욱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영화는 단순히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폭력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진실 추적극이자 그들에겐 힐링의 복수극인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 정신이 조금 나간 듯한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 도경을 연기한 정려원은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정은은 시골 마을에서 강력사건을 맞이한 사연 많은 경찰 현주를 연기한다. 마치 [파고]의 프란시스 맥도맨드 같다. 칼에 찔린 여자는 은서, 도경의 진짜 언니는 장진희가 연기한다.
BIFAN을 통해 먼저 소개된 ‘하얀 차를 탄 여자’는 곧 JTBC를 통해 시청자를 찾는다. 기대하셔도 좋은 TV단막극이다. # #영화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