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2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이런 영화도 만들어졌다. 작년 BIFAN에서는 코로나 역경에 맞선 인간의 숭고한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몇 편 선보였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코믹하게 비튼 영화가 등장했다. 코리안판타스틱단편 섹션에 출품된 16분짜리 단편 ‘빨간마스크 KF94’(감독:김민하)이다. 이젠 보건전문가가 아니어도 ‘KF94’가 어떤 것인지 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빨간마스크 괴담’은 들어봤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학생들 사이엔 밑도 끝도 없는 괴담이 퍼졌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가와서는 “내가 예쁘니?”하고 물어본단다. 예쁘다고 말하면 마스크를 벗고는 ‘찢긴 입’을 보여주며 “너도 똑같이 만들어줄게”한단다. “으악~” ‘홍콩할매 귀신’, ‘(재래식)화장실에 빠진 귀신’, ‘택시 뒷좌석의 소복 입은 귀신’, ‘다리 없는 귀신’ 이야기처럼 ‘빨간 마스크’ 괴담도 사회학적인 근거나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없으며 적당히 해석하면 될 것이고 말이다. 적어도 공부에 지친, 따분한 학교생활에 잠시 고함 지르고, 오랫동안 동질감을 느낄 시간은 제공해 주었으니 말이다. 이번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된 단편 ‘빨간마스크KF94’는 그 시절의 괴담을 전해준다.
방과 후 교실에서 학생 셋이 촛불 하나를 켜놓고는 각자 들은 ‘빨간마스크’ 이야기를 하며 깔깔댄다. 롱코트를 입은 빨간 마스크가 학교 근처에 있다는 것. 조금은 변형된다. 빨간마스크를 한 사람은 ‘일본여자’이며 아주 큰 가위를 갖고 다닌다는 것이다. 나름 퇴치비법까지 공유한다. 육상부 학생 시연은 혼자 어두운 밤길을 귀가하다가 ‘마침내’ 긴 코트를 입고 빨간 마스크를 쓰고 한손에는 커다란 가위를 든 일본여자와 마주친다. 일본 말로 뭐라고 물어본다. “나 예쁘니?”겠지. “뭐라는 거야?”라면서 도망가기 시작한다. 입이 찢어지지 않기 위해, 이제 육상부 시연은 가위를 든 일본귀신과 필생의 달음박질이 시작된다. 달리다 지친 귀신은 주저앉고 순찰 중이던 경찰이 파출소로 데려온다. 파출소에서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보건소로 호송된다. 이제 이 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는 ‘빨간마스크’가 귀신이든 아니든, 불법체류자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코로나 시국에 경찰의 과잉진압 탓으로 입이 찢어진 것이 아닌가가 고려사항이다.
코믹하게 달려온 영화는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병실에서 얼굴을 붕대로 감은 여자를 보여준다. 붕대를 풀자 예쁜 여자가 보인다. 거울을 바라보며 만족하게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마스는 이제 안녕”이라고 쓰인 ‘성형병원 광고판’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영화는 ‘학교괴담’의 사회학적 접근이나 ‘KF94’의 방역효과를 파헤친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다. 그냥 ‘그 시절 학교괴담’을 기억하고, ‘마스크’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 긴장감을 풀어주고 어이없는 웃음을 안겨주는 소품이다. 아니면 성형수술의 자기만족감을 보여주는 영화일수도 있고 말이다.
빨간마스크를 쓴 여자는 김민영이, 육상하는 학생은 박시연이 연기했다. 감독은 김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