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록밤' 시사회 현장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신예 윤서진 감독의 <초록밤>이 언론시사회를 갖고 일반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 <초록밤>은 평범한 어느 가족에게 예기치 못한 죽음이 드리우면서 벌어지는 신비롭고 내밀한 이야기를 영화 언어로 세밀하게 구축해 압도적인 미장센의 매혹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윤서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CGK촬영상 3관왕을 수상하며 반드시 주목해야할 작가주의 감독이자 영화임을 입증했다. 촬영, 조명, 미술, 음악, 사운드, 편집 등이 세밀하게 유기적으로 구축되어 뿜어내는 미장센의 감흥은 첫 장편 연출작의 기대를 넘어선다.
<초록밤>의 시나리오의 출발점에 대한 질문에 윤서진 감독은 “5~6년 전 가족과의 여행이 모티브가 되었고, 시나리오는 그 상황에서 가족이 싸우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IMF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겪은 세대로서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봤다. 그래서 ‘원형’이라는 주인공의 88년도는 어땠을까, 93년도는 어땠을까, 2008년 경제위기때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형’을 이해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부모님과 저희 세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영화 '초록밤' 시사회 현장
<초록밤>의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강길우 배우는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글도 글이지만 감독님을 만나서 두 세시간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참 사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시나리오에 적힌 표현들을 감독님이 어떻게 구현할지, 감독님이 원하는 이미지들이 구체적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지는지도 궁금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대사가 적은 ‘원형’ 역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질문에 강길우 배우는 “대사가 없다는 표현보다는 말이 없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마음이 컸다. 사실 대사가 없는 만큼 다른 어떤 것들로 표현하는 수단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윤서진 감독은 “<초록밤>은 음악으로 치면 ‘밴드음악’이지 않나 싶다. 물론 배우가 보컬로서 있지만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자기 몫을 해서 100을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현장에서 배우 분들에게 많이 빼셔야 된다고 요청드렸다”며 작품 속 인물들의 대사를 덜어낸 자리에 다른 영화 언어를 채워넣어 <초록밤>을 완성한 점을 강조했다.
많은 색 중에서 초록색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윤서진 감독은 “촬영감독에게 우리 영화는 우울한 영화니까 오히려 이미지가 화사했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렸다. 그러던 중 촬영감독이 그러면 밤도 초록색으로 물들여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형의 가족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어떤 초록을 먼저 보게 될 건지를 관객들에게 저희가 선택하게 하는 영화의 방식으로 전개가 됐다”며 영화 제작에 함께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한 결과 ‘초록빛’의 매혹적인 미장센이 탄생하게 되었던 과정을 밝혔다.
윤서진 감독은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우리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공부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저희가 기존에 익숙한 문법이나 관습에 배인 것들을 최대한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예술은 돈이나 시간이 부족해서 망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두려울 때 망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두렵지 않게 가자. 오히려 부서져도 좋지 않겠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도전 정신을 최대한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윤서진 감독은 “<초록밤>은 전형적이지 않은 영화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저희 영화를 만드는 젊은 사람들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작업을 했던 결과물이다. 극장에 오셔서 완벽한 방음과 큰 스크린, 훌륭한 사운드 안에서 저희가 만들어 놓은 초록의 세계에 푹 담갔다 빠져나가셨을 때 드는 이상한 감정들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스틱 시네마 <초록밤>은 7월 28일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영화 '초록밤'
[사진=인디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