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못한 '승리호', 고요했던 '고요의 바다', 그리고 2부가 궁금하지 않은 '외계+인 1부'"
히트작 전문 최동훈 감독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영화 '외계+인 1부'는 SF 장르 작품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신호탄을 터뜨린 '승리호', '고요의 바다' 이후 흥행작만을 만들어온 최동훈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SF 액션물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무언가 조급함만이 가득해 보일 뿐이다. 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대한민국 SF 장르물의 미래가 한 발짝 나아갔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세 발짝 정도 후퇴한 기분이 드는 걸까.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는 지구에서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들을 가둔 채 감시하며 살아가는 가드(김우빈 분)가 우연히 변수 같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동시에 630년 전을 배경으로 도사 무륵(류준열 분)이 신검이라는 신성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되고 그로 인해 이안(김태리 분)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들 또한 그려나간다.
더불어 '전우치'라는 명작을 내놓은 최동훈 감독인 만큼 도사를 향한 그의 애착, 그리고 도사와 외계인의 대결이라는 조합 자체는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간대도 다르고 전혀 장르가 다른 두 소재를 묶는 것에는 더 깊은 신중함이 필요했다. 미스터리한 힘을 가진 신검이라는 신성한 물체를 차지하려 여러 주인공들이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은 흥미로우나 그 과정에서 서사의 개연성은 증발했다. 당최 앞뒤가 맞지 않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여러 가지 소재를 모았기에 신선한 볼거리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SF 장르물에서 사랑받는 요소들을 모두 합쳤을 뿐인 클리셰 장면들이 난무한다.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어린아이의 모습, 빌런 외계인의 형태는 꼭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고, 아이 곁에 존재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로봇 썬더는 '승리호'의 업동이, 혹은 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가 겹쳐 보인다.
게다가 도사 무륵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 '전우치'의 주인공 전우치와 같은 대사를 하며, 마치 행동과 성격조차도 그와 닮은 구석이 많다. 바람을 불러일으키거나 장풍을 쏘거나 부채나 그림같이 한지에 그려진 무언가를 실제로 소환시키는 신들 또한 도사가 부리는 도술 클리셰에 속하는 장면들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안타까운 설정이다.
이러한 클리셰들뿐만 아니라 가장 이 영화가 실망스러운 지점은 그가 선택한 역순과 정순 흐름의 서사 전개 방식이다. 감독은 교차된 시간대를 병치하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로 인해 관객들을 향한 친절함을 잃었다.
영화관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특히나 대중성을 노리는 상업영화라면 영화관을 찾는 모든 관객들이 주인공과 그들의 전사, 앞으로의 서사에 대해 이해할 만한 기본적인 정보만큼은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영화 '외계+인 1부'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어떠한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시작된다.
속한 시간대가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조각보처럼 이어붙인 전개는 흡사 역순과 정순의 시간 흐름을 이용해 만들어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 '메멘토'나 '테넷'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메멘토'와 '테넷'에는 시간의 순서를 짐작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분명한 단서, 떡밥을 회수하는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 지점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면 영화 '외계+인 1부'는 그런 면들에 있어 한참 부족하다.
아마도 감독의 생각은 초반부부터 다양한 단서들을 심은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들을 교차적으로 제공한 다음 작품 후반부에 클라이맥스인 반전을 등장시키며 관객들의 전율을 배가시킬 목적이었던 것 같으나 그것은 처참히 실패했다. 친절한 설명 없이 역순과 정순을 교차하는 시간 흐름을 유지하며 동시에 2부를 완성하기 위한 1부의 빌드 업을 조급하게 쌓아나간 결과, 작품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에서 가드, 무륵, 이안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전환시키는 장면 연출은 자연스럽지 않아 이것이 과거의 이야기인지, 현재의 이야기인지, 왜 이 타이밍에서 시간 순서가 바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혼란스러울 뿐이다. 중간중간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제대로 된 연결 고리가 제시되지 않은 채로 등장하니 정신만 사납다. 아예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합친 옴니버스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2시간 20분이 넘는 러닝타임 중 약 80퍼센트 정도의 시간을 그저 반전을 향한 서사를 지켜보며 지칠 관객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뛰쳐나가지 않게 하는 유일한 힘은 거대한 예산이 들어가 탄생된 현란한 볼거리다. 최동훈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CG 기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완성시킨 고난도 와이어 액션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더불어 대세 배우 심달기, 전여빈 등과 같이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너무 큰 특급 카메오들의 등장을 보는 쏠쏠한 재미, 그리고 최동훈 표 피식거릴만한 위트가 쏙쏙 담겨 있으니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정말 시간을 죽이고 싶다면 말이다. 7월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