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가지 말았어야 할 친척 집의 문이 열렸다.
영화 '패밀리 디너'(감독 피터 헨글)는 시나리오 작가 피터 헨글의 장편 데뷔작으로 과체중으로 고민하는 소녀 시미가 이모 클라우디아의 집을 찾게 된 후 목격하게 되는 묘한 상황들을 담은 작품이다.
시미는 평소 자신의 몸에 대해 사랑하려 하지만 주변의 시선으로 그럴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은 인물이다. 마지막 보루로 그는 베스트셀러 다이어트 책의 작가이자 자신의 이모인 클라우디아를 찾아간다. 부활절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한 그들은 따뜻하게 시미를 환영한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도 잠시,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가족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특히 클라우디아의 남편 스테판, 그리고 아들인 필립 사이의 기묘한 분위기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위화감이 넘쳐난다. 이를 느낀 시미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점점 의심을 품는다.
사촌인 필립은 자신의 엄마인 클라우디아를 지목하며 그가 위험하다 시미에게 알렸지만 시미는 그에 대해 믿지 않는다. 반대로 클라우디아는 자신의 아들인 필립이 가진 정신적인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클라우디아와 필립의 반대되는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미는 어떠한 선택을 내리기에 이른다.
영화 '패밀리 디너'는 피터 헨글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기묘한 분위기를 담은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패밀리 디너'에 참석하는 모든 순간들에서 벌어지는 위화감 넘치는 분위기를 극대화한 사운드로 더욱 배가시킨다. 클라우디아가 칼질을 하는 소리, 음식을 퍼서 나눠주는 소리, 식기와 식기가 부딪히고 그 식기가 테이블에 내려놓는 묵직한 소리까지. 가족이지만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기괴한 경계선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요리는 맛있을 것임이 분명한 비주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군침이 돌기는커녕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들 뿐이다. 더불어 이는 클라우디아의 감시 아래 혹독한 체중 감량 프로젝트를 하게 된 시미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금기를 깨고 잘못을 저지르는 행동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세뇌시키는 것만 같다.
특히 점차 매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고 있는 시미가 초췌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과정은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 또한 시미가 겪고 있는 긴장감 속으로 초대한다. 더불어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으로 인해 알게 되는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이미 예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소름과 함께 관객들을 집어삼킨다.
2022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