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든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통해 자신이 창조한 신화의 뿌리로 돌아왔다. 1979년 오리지널 <에이리언> 이후 여러 감독이 속편을 이어왔으나, 스콧은 2012년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인류와 에이리언의 기원을 묻는 거대한 서사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번 작품은 <프로메테우스> 1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오리지널 1편으로 향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2104년, 식민 개척지인 행성으로 향하던 커버넌트 호는 전자기파 사고로 미지의 행성에 착륙한다. 그곳에서 승무원들은 H.R. 기거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기괴한 생명체들과 마주하며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의 핵심은 <프로메테우스>의 생존자인 AI 데이빗과 그보다 진화한 모델인 월터(둘 다 마이클 패스벤더 분)의 만남에 있다. 창조주인 인간을 닮으려 했던 데이빗과 철저히 기계적인 월터의 대립은, 피창조자끼리의 만남을 통해 기계 인간의 윤리와 창조의 영역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과 셸리의 시 '오지만디아스'를 인용하며 창조적 파괴와 영생에 대한 집념을 드러낸다. 데이빗은 스스로 '왕 중의 왕'이라 칭하며 새로운 종의 창조에 몰두하고, 이는 성경 속 노아의 홍수 대목에서 인용된 '언약(Covenant)'의 의미와 맞물린다. 생명의 멸절과 새로운 방주의 건설이라는 성경적 함의는 도축장과도 같은 사투 현장에서 기묘한 종교적 숭고미를 자아낸다.
결국 <커버넌트>는 단순한 SF 공포물을 넘어, 창조주를 부정하고 스스로 신이 되려는 피창조자의 망령된 꿈을 그린다. 리들리 스콧은 정교한 비주얼과 압도적인 연출로 에이리언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낸다. 비록 지구인들이 목격한 것은 믿음에 대한 배신과 참혹한 사투뿐일지라도, 관객들은 데이빗과 월터라는 거대한 '떡밥'을 통해 시리즈가 완성해갈 장엄한 연대기에 깊이 매료될 수밖에 없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