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 <세일즈맨>은 칸 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며 거장의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무대에 올리려는 부부 배우가 현실에서 맞닥뜨린 비극적 사건과 그로 인한 심리적 파고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살던 집의 붕괴 위기로 급히 이사한 부부. 하지만 새로 들어간 집의 전 주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아내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면서 평온했던 일상은 산산조각 난다. 남편은 범인을 직접 찾아내 처단하려 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분노는 수치심과 뒤섞이며 복잡한 딜레마를 형성한다. 아내 또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경찰 신고를 꺼리는 모습은, 이란 사회 내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 권위와 여성에 대한 부당한 인식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파라디 감독은 극 중 연극인 <세일즈맨의 죽음>의 장면들을 현실의 갈등과 절묘하게 교차시킨다. 희곡 속 윌리 로먼의 몰락이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상징한다면, 영화 속 주인공의 절망은 명예와 복수, 그리고 도덕적 단죄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무대와 현실이 겹쳐지는 순간, 관객은 한 세기 전 미국의 공황이 오늘날 이란의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영화는 지진으로 흔들리는 아파트처럼 위태로운 인간관계와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특유의 치밀한 각본을 통해, 일상적인 사건이 어떻게 거대한 삶의 아이러니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세일즈맨>은 연극적 몰입감과 영화적 완결성을 동시에 성취하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과 폭력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묵직한 걸작이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