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특별시민>은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정통 정치 드라마를 표방한다. 상업 영화로서 정치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전작 <모비딕>에서 음모론적 서사를 거칠게 다루었던 박인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서울시장 선거라는 구체적인 현장으로 카메라를 돌려 정치의 추악한 이면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영화는 힙합 공연 무대 위에서 젊은 유권자들과 호흡하는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철저히 계산된 '서민 코스프레'와 이미지 메이킹으로 무장한 그는 3선 시장을 넘어 대권이라는 더 큰 야망을 품고 있다. 그의 곁에는 검사 출신으로 음모와 전략에 능통한 선거 참모 심혁수(곽도원)가 버티고 서서 뒷거래와 밀약을 진두지휘한다. 이들은 언론을 매수하고, TV 쇼에 다름없는 인간극장을 연출하며 유권자의 눈을 가린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정치인이 당과 캠프, 언론, 그리고 가족을 어떻게 이용하고 통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민식은 여의도의 더러운 야합과 할리우드식 음모론을 탁월한 연기로 직조해 나간다. 영화를 보며 "설마 저 정도까지일까" 의구심이 들다가도, 매일 접하는 뉴스를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씁쓸한 현실이다.
극 중 변 시장은 선거를 "똥물 속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이라 말한다. 결국 유권자는 맨손으로 똥통을 뒤져야 하는 고달픈 노고를 감수해야 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정치 쇼는 쓰레기 같은 후보와 그들에게 속아 넘어간 국민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비극적 연극일지도 모른다. <특별시민>은 화려한 선거전 뒤에 숨겨진 추악한 본질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투표라는 행위가 지닌 무게와 유권자의 책임감을 동시에 환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