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19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선거의 묘미’를 살린 영화가 개봉되었다. 충무로에선 거의 만들어지지 않은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다. 상업영화로, ‘정치(적 음모)’를 내세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이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댄싱퀸>은 귀여운 편에 속한다)
영화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은 이전에 <모비딕>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었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모티브로 음모론적 시나리오를 거칠게 완성한 영화였다. 이번에는 칼을 갈고 서울시장의 특별한 선거운동, 그 이면을 담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다이나믹 듀오 최자와 개코의 흥겨운 랩쇼가 펼쳐진다.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한 중년의 아저씨가 무대에 올라 젊은이와 함께 호흡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거칠게 숨 쉬며 랩을 쏟아낸다. 관객은 대번에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인의 행보임을 눈치 챈다. 서울시장 변종구가 세 번째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 당(파란 점퍼의 집권여당, 기호1번)에서는 중진들이 벌써부터 딴죽을 걸기 시작한다. “저 야심가, 시장 임기 중도사퇴하고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며. 선거구도도 괜찮다. 여성후보 2번은 양심적인 전형적 야당후보같다. 3번 후보는 사쿠라같고. 변종구는 서민 코스프레의 제왕이다. 어렵게 자라 검정고시 출신이며, 국회의원 3번, 민선서울시장 2번을 거치면서 거칠 것이 없다. 그리고, 그의 막강한 선거참모 곽도원은 어떤가. 검사출신으로 뒷거래와 야합, 음모와 전략에 능통하다. 게다가 당 홍보스태프들도 야심과 실력에, 적절히 때가 묻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선거전은 시작되었다.
감독은 <특별시민>에서 정계의 더러운 뒷거래, 언론과의 밀착, TV쇼에 다름없는 인간극장을 연출하려는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라마틱하게 담는다. 국정원이나 댓글부대는 안 나오지만 특급참모 곽도원의 존재만으로도 끝없는 뒷거래와 밀약, 협박이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더 정확히는 그 원작이 되었던 영국작가의 마이클 돕스의 원작정치소설에서 보여준 선거 전략과 흐름을 따라한다. 후보로 나선 주인공은 당과, 캠프, 언론과, 가족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하고, 쇼와 다름없는 대민 접촉을 이어간다. 그리고, 반대자, 경쟁자, 미래의 적까지 제거하거나 아우르는 전략을 펼친다.
당연히 최민식은 상상가능한 여의도의 더러운 밀약과, 광화문의 장밋빛 설계, 그리고, 할리우드적 음모론을 착실히 직조해 나간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정치판이 저렇게 막장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뉴스를 보면 “막장 맞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치판의 막장드라마는 영화로 만족하고, 5월 9일에는 제대로 한 표를 던져, 미래지향적 대한민국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어찌 쉽겠냐. 우리 변 시장은 ‘똥 속에서 진주를 캐내는 것이 선거’라고 말한다. 유권자는 맨손으로 똥통을 뒤적여야하는 것이다. 참으로 곤란하고도 짜증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딱 하루. 그런 ’더러운 노고‘를 거쳐야한다. 똥통에서 뒤죽박죽이 된 진주를 찾아내야한다. 지난 몇 개월 보았듯이 선거라는 미명하에 펼쳐지는 정치쇼는 결국, 쓰레기 같은 후보자들과 야합한 국민들이 공동책임을 져야할 쇼이니 말이다. 제발 속지 말지어라. 2017년 4월 26일개봉. 15세 관람가 (TV특종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