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박찬욱이 명작 '헤어질 결심'으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한 남성의 변사 사건의 담당 형사인 해준(박해일 분)이 주요 용의자로 지목된 피해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와 얽히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둘 사이의 농밀하고 은밀한 이야기들은 박찬욱 감독의 연출, 그리고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의 세심한 연기로 쌓아올려졌다.
전작들에서 주체적이고 입체적이며 독창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키기로 유명했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탕웨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굴했다.
Q. 영화제 및 언론시사회에서 작품 공개 이후 호평을 받았기에 결과물에 대해 만족스러울 것 같다. 감독 본인의 만족감은 어느 정도인가?
전문가들의 리뷰가 좋은 것은 당연히 직업적으로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표를 사서 극장에 와서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뭐니뭐니해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Q. 전작들에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냈는데 이번에는 탕웨이 배우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것 같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 탕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된 것이다. 이런 모습의 탕웨이를 보고싶다고 생각하면서 각본을 썼다. 내가 아는 탕웨이는 '색계'와 '만추'의 탕웨이였다. 그 뒤 각본이 완성이 되기 전에 탕웨이를 만나서 캐스팅 제안을 했다. 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뒤 각본을 더 썼다.
Q. 작업을 하게 된 탕웨이와의 촬영 호흡은 어떠했는가?
생각보다 장난기가 많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소신이 뚜렷했다. 그런 면들도 캐릭터에 적극 반영했다.
Q. 감독이 생각하는 배우 탕웨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독한 프로페셔널이다. 한국어 대사를 소리나는대로 달달 외워서 앵무새처럼 흉내내서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처음 문법 기초부터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미련하리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고 자신의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 대사도 외워서 단어를 이해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그러기에 탕웨이의 한국어는 발음이 우리와 다를지라도 조사 하나, 어미 처리 하나까지도 자신의 의도와 해석이 담긴 대사였다.
Q. 박해일 배우 또한 발군의 연기를 보여줬다.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해준을 그려낸 방식은 어떠했는가?
실제 박해일은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해준은 확고한 직업 의식을 가지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거기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운동화는 신지만 검정 운동화를 신고 슈트를 입는다. 고지식한 사람이 자신의 윤리를 버리게 되는 처지에 놓였을 때 딜레마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언론시사회 때 던졌던 질문("해준이 서래를 의심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넣었는가?")에 답변하셨을 때 형사와 용의자라는 '헤어질 결심'의 설정이 클리셰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연출한 부분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다.
작품 속에서 의심 담당은 고경표 배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해준은 경계선에 있다. 어떤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나서 부당하게 대하면 안 된다고, 특히 선입견에 근거해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공정한 태도와 사적으로 그 사람이 끌리고 궁금하다는 마음 사이에서 생기는 부적절한 감정이 있다. 해준 본인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 또한 자신의 성격과 인생에 따라 해준의 인생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보고, 저런 관점에서도 보고 일거수일투족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서래라는 사람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남편이 죽었는데 일하러 나가고, 일하는데 반지도 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 남편은 아내를 폭행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해준은 그런 서래에게 "같은 종족이다"라는 말로 동질감을 느낀다. (간병인 일을 하는 서래가) 월요일에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헌신성, 숙련도라면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이 영화가 만약에 부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만 끝났다면 클리셰적인 영화가 됐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보통의 필름 누아르가 끝나는 지점에서 2부가 새롭게 시작되는 작품이다. 수사관을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됐던 서래가 그런 클리셰, 관습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그런 면에서 차별화를 뒀다.
Q.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수위가 낮다는 점이 관객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이) 섹슈얼하다, 에로틱한 것이 정신적인 것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류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 유발하는지 알려주는 증거인 것 같다. 특별하게 관능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쓰진 않았다. 영화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나 기교가 없는, 영화를 구성하는 최소의 요소들을 찍었다.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런 것이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고 현대에는 새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