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잘못하고 실수하고 살아. 중요한 건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되돌리는 거야. 그런 용기만 있으면 몇 번이고 잘못하고 실수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정욱 감독의 훌륭한 독립영화 <좋은 사람>이 방송된다. 이 영화는 지난 2020년 제25회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어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조합상-메가박스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정욱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지갑 도난사건을 나름 조용히 해결하려는 담임교사 경석(김태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눈을 감기고 나름대로 설득해 보지만 학생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경석은 세익(이효제)을 의심한다. 복도에 설치된 CCTV도 살펴보았고, 그가 가방을 뒤지는 걸 봤다는 목격자도 있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어줄 테니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말하지만 세익은 끝까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경석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이혼한 아내 지현(김현정)으로부터 딸애를 잠깐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아버지와 있기 싫어한 딸애가 차에서 뛰쳐나가고, 한밤 인적 드문 차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지현은 경석을 탓하고, 세익이 문제로 골치 아픈 경석은 이제 딸아이 교통사고의 진상을 밝혀야한다. 그런데, 그 사고에 세익이 등장한다. 이제 경석은 아내와 다투고, 세익을 더욱더 의심하고, 자기를 합리화한다. 사고차량 운전수를 마주치면서 자신은 ‘좋은 사람’에서 저만치 벗어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경석이 학생들에게 말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실수도 한다. 살아가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경석의 경우는 어떤가. 학교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경석의 그런 스타일이 학생에게 감동이나 감흥,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 그였기에 ‘좋은 선생’이라고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도난사건과 교통사고의 틈바구니에서 경석은 자신의 도덕관념이나 교육철학을 철저하게 부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의나 희생, 그리고 노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니 말이다.
정욱 감독은 평화로운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과 한 밤에 벌어진 교통사고를 연결시키며 사람과 사람의 신뢰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단지 “잘못 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가 문제의 해결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라쇼몽]식 인식의 문제는 아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부딪치고, 어긋나면서 의심하고, 오해하고, 척을 지는 것이다.
지갑은 ‘누가’ 훔쳤는가, 아니 ‘훔쳤는가’? 딸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경석은 자신의 문제해결방식이 문제임을 잘 알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스스로 ‘좋은 사람’일 수는 있어도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어려운 경석의 심정과 상황을 훌륭하게 연기한 김태훈은 제9회 들꽃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독/각본: 정훈 출연: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 ▶2021년 9월 9일 개봉 #영화리뷰 #